[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탄소 상쇄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던 글로벌 기후 대응 평가 기관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3일(현지시각) '과학 목표 기반 탄소감축협의체(SBTi)'는 공식발표를 통해 루이즈 아마랄 박사가 CEO직에서 내려온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후대응 평가기관 SBTi CEO 사임, ‘탄소 상쇄 인정’ 논란 때문인 듯

▲ 루이즈 아마랄 박사. < SBTi >


SBTi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CDP,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협업하는 국제 협의체로 가장 권위 높은 기후 대응 평가 기관이기도 하다.

아마랄 박사는 같은 날 SBTi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고 이사회는 이를 수리했다. 임시 CEO는 수잔 제니 어 최고법률책임자(CLO)가 맡는다.

SBTi는 아마랄 박사가 공식 CEO가 선임되는 7월 말까지 임시 CEO 직무 수행을 보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랄 박사는 “SBTi CEO로서 경험은 굉장히 값졌고 나는 아직도 SBTi가 약속하는 미래와 영향력을 향한 믿을 을 잃지 않았다”며 “CEO직을 맡게 된 뒤로 그동안 SBTi 인증을 받은 기업도 5배 이상 늘어 5500곳이 됐고 추가로 3200곳이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협의체에 동참하는 북미와 유럽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참여도가 큰 증가세를 보였다”며 “이런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평가 표준 개발과 기업 기후목표 인증 서비스를 분리하기 위한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랄 박사는 공식 사임 발표에서 정확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최근 있었던 탄소 상쇄 인정 논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탄소 상쇄는 기업이나 기관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이를 상쇄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후대응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아 논란이 많은 온실가스 감축 방식이다.

SBTi는 올해 4월 돌연 스코프 3(공급망 내 배출)에 한해 탄소 상쇄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겠다고 했다가 환경 단체와 내부 구성원들의 큰 반발을 받았다.

발표가 있었던 것과 같은 주 SBTi 내 거의 모든 부서가 이사회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구성원들은 당시 SBTi 연간 회의에서도 해당 사항과 관련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가 갑작스럽게 결정이 내려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SBTi 이사회와 가장 큰 후원자인 베이조스어스펀드와 따로 협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이조스어스펀드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기후변화 대응 기금이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마랄 박사는 “내가 내렸던 결정이 SBTi 구성원들에게 큰 고난을 줬던 점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