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텅스텐 공급망 리스크 커진다, 중국 대체할 조달처로 한국 주목

▲ 미국과 중국 갈등을 계기로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 다변화에 힘이 실리며 한국이 대체 수급처로 떠오르고 있다. 알몬티 인더스트리가 공개한 텅스텐 광산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와 군사무기 등에 핵심 소재인 텅스텐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텅스텐 공급량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중국이 미국 정부와 무역갈등을 겪으면서 수출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자 한국이 대체 조달처로 주목받고 있다.

3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바이든 정부의 관세 인상에 맞서 텅스텐을 비롯한 주요 소재를 무역보복 대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텅스텐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용 장비와 군사무기 등에 쓰이는 금속 물질이다. 에너지 밀도와 경도가 높아 대체하기 어려운 소재다.

CNBC는 특히 엔비디아와 TSMC의 반도체 생산에도 텅스텐이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기업은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추고 있는데 텅스텐 수급에 차질을 빚는다면 인공지능 기술 발전 자체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에서 수입되는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무역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 공급 비중이 높은 여러 희귀금속과 희토류를 무역보복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해외 수출을 제한하면 상대 국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텅스텐 역시 중국에서 수출 규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소재와 달리 수출 감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CNBC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갈등 심화를 우려해 텅스텐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미국 정부가 더 강경한 제재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을 우려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외교 및 산업 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텅스텐 공급망에서 중국에 의존을 낮추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제가 시급해졌다는 시각이 많다.

CNBC는 중국을 대체할 텅스텐 대체 조달처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영월 상동 광산을 인수해 개발하고 있는 캐나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와 대구광역시에 텅스텐 소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네덜란드 IMC그룹이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 인더스트리 CEO는 CNBC를 통해 “텅스텐은 항상 외교적 변수에 밀접한 소재였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이와 관련한 갈등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텅스텐 공급망을 중국 이외 국가로 다변화하려는 추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텅스텐 생산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텅스텐 광산이 노후화되며 생산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는 점도 공급망 다변화 노력에 힘이 실리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CNBC는 조사기관 아거스의 분석을 인용해 이렇게 전하며 중국 이외에서 진행되는 텅스텐 채굴 및 생산 프로젝트에 점차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루이스 블랙 CEO는 한국 텅스텐 광산에서 채굴이 시작되더라도 글로벌 공급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업체와 점유율 경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며 “이는 현명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