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공항공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인 D 등급을 받았다. 실적 회복이 더딘 데다 항공 보안사고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항공사로서는 경영성과 개선을 위해 수장 공백을 해소하는 일이 더욱 다급해졌다. 공항공사는 다른 기관보다 비교적 빠르게 기관장 인선에 들어갔는데 실적 개선 달성과 함께 보안사고 예방 역량을 확보할 적임자를 사장으로 발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공항공사 경영평가 첫 낙제점 D등급, 신임 사장 재무·보안 과제 커져

▲ 한국공항공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선임될 제14대 신임 사장이 부진한 경영평가 결과를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은 원인을 두고 지연되고 있는 실적 개선과 지속해서 발생하는 항공 보안사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공항공사는 2023년도 평가에서 전년대비 한 계단 하락해 역대 가장 저조한 D 등급을 받았다.

이를 놓고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 이후 수도권 집중의 국제선 증가에 따른 지방공항의 저조한 회복 △항공수요 불완전 회복에 따른 재무실적 개선 미흡 △항공 보안 실패사례 등 안전역량 제고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수년간 한국공항공사 경영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던 실적을 보면 아직 확실한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8502억 원, 영업손실 521억 원, 순손실 1272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29% 늘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75%, 32%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점차 수그러들면서 여객 수가 늘고 이에 따라 적지 않은 실적 개선 폭을 나타냈다. 다만 그 효과가 한국공항공사 분석처럼 일부에 한정돼 적자 탈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한국공항공사의 공항별 공항운영사업 실적을 보면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김포공항은 매출 728억 원·영업이익 563억 원, 김해공항은 매출 947억 원·영업이익 887억 원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공항들은 실적 증가 폭이 작거나 오히려 후퇴한 곳이 많았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국제공항 7곳의 2019년과 비교한 지난해 국제선 여객 회복률을 보면 63%를 나타내 인천국제공항의 79%에 미치지 못했다. 공항별로 보면 김포공항이 75%로 유일하게 70%를 기록한 가운데 김해공항(68%)을 제외하고는 모두 50% 이하를 기록했다.

한국공항공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경영평가 양호(B) 등급을 유지하다가 2021년과 2022년에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보통(C) 등급으로 내려앉았다.

한국공항공사는 2019년 매출 9709억 원으로 1조 원 돌파까지 바라보다 2020년 580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5801억 원을 지나 2022년 6568억 원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285억 원 뒤 적자 전환해 2020년부터 3년 동안 영업손실 2610억 원, 2740억 원, 2050억 원을 올렸다. 순이익도 영업손실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여파 첫해인 2020년도 경영평가에서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항공사 및 입점업체 등에 임대료·사용료 감면 등에 1297억 원을 지원한 점, 이를 위해 1915억 원의 예산 절감 및 직원들 급여 반납 등이 이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B 등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도 경영평가부터는 실적 부진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늘어난 항공 보안사고 횟수도 이번 한국공항공사 경영평가 등급하락에 적지 않게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 14곳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항공 보안사고는 모두 75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0년까지는 한 해에 10건 미만이었던 보안사고가 2021년 12건, 2022년 15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8월까지만 29건에 이르렀다.

2018년 이후 보안사고를 사례별로 보면 반입금지 물품의 보안검색 실패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분증 및 항공권 확인 소홀, 보안구역 통제 미흡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검색하지 못한 물품에는 실탄, 전자충격기 등이 다수 포함돼 강한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2022년 김포공항, 군산공항 등을 중심으로 잇따라 발생한 항공 보안 실패사례들을 이유로 국토교통부의 감사를 받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윤형중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표적감사’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실제 보안사고가 존재해 왔고 감사 결과 △승객 보안검색 미실시 등 항공보안법 위반 △항공보안검색 인력 운영 부적정 등 5개 시정조치를 받았다.

한국공항공사는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도 세부 항목 가운데 비계량부문인 ‘공항 안전·보안 사업 성과관리의 적정성’ 지표에서 D+의 저조한 등급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도 평가에서 한국공항공사를 두고 “보안검색 과정에서 위해물품 미발견 등으로 지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항공 보안 실패를 감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공항공사는 4월26일 윤 전 사장이 퇴임한 지 두 달여 만에 발 빠르게 후임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6월27일 제14대 사장 공개모집 공모를 내고 7월8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최근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공항공사는 비교적 빠르게 후임 기관장 선임 절차를 밟는 셈이다. 부진한 경영실적 평가를 만회할 바탕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가 처음으로 경영평가 D 등급을 받은 상황에서 긍정적 실적 전망은 신임 사장의 숙제를 그나마 덜어주는 모양새다.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국제선 여객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1조 원 달성, 수백억 원대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여객 실적 9천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8666만 명을 넘어서 완전한 실적 정상화를 바라보는 셈이다.
 
한국공항공사 경영평가 첫 낙제점 D등급, 신임 사장 재무·보안 과제 커져

▲ 김포공항 국내선 전경. < 한국공항공사 >


신임 사장은 보안 분야 전문가였던 윤 전 사장도 해결하지 못했던 항공 보안사고 감축을 위한 노력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지적사항 가운데 ‘보안검색 사고 증가에 따른 보안 강화 대책을 마련할 것’과 관련해 항공보안 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이 가운데 항국공항공사는 항공보안 기동점검반 신설, 인적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공지능 등 기술의 확대 도입, 보안검색감독 실무단(워킹그룹) 운영 등 중장기 과제 6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약류 단속 문제, 보안검색 자회사 직원의 잦은 이직 문제 등에서도 체계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도 마련했다. 모두 신임 사장이 항공 보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가다듬고 실행력을 높여야 할 지점이다.

한국공항공사는 6월24일 경영평가 결과가 나온 뒤 신속히 ‘경영성과개선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해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정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이번 평가결과를 계기로 안전·보안, 고객서비스, 재무상태 등 경영상황 전반을 되돌아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