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송현석 신세계L&B 대표이사가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신세계L&B는 제주소주 물적분할, 수입 위스키 라인업 축소, 발포주인 레츠 단종 등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을 이어가며 업계 시선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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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현석 신세계L&B 대표이사가 와인 올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28일 신세계L&B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송 대표가 올해 와인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L&B 매출의 70% 가량이 와인사업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와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신세계그룹에서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송 대표도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신세계L&B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신세계L&B는 매출 1806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12.5%, 영업이익은 93.8% 줄어든 것이다. 

송 대표는 와인을 제외한 다른 주류 사업을 축소해나가고 있다.

신세계L&B는 26일 제주소주를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하며 일부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신세계L&B가 밝힌 분할의 목적은 전문성 제고를 통한 사업 효율화다. 사실상 신세계L&B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비용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제주소주는 2016년 이마트가 인수한 이후 2021년 신세계L&B로 흡수합병됐다.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하며 소주 위탁생산, 2023년 ‘킹소주’ 출시 등의 행보를 이어왔으나 명목만 잇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수입 위스키 라인업도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카치위스키, 싱글몰트 등 다양한 수입 위스키 품목을 취급했으나 현재는 미국의 버번 위스키만 남기고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 경기위축에 따라 고가의 싱글몰트 위스키보다 가성비 높은 중저가 위스키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버번 위스키는 숙성기간이 짧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으로 꼽힌다. 

현재 와인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6245톤이다. 2022년과 비교해 수입량이 26.5% 줄어들었다.

와인 시장은 코로나19로 ‘홈술’문화가 자리잡으며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빠른 주류 트렌드 변화로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소비계층이 이동하며 시장이 크게 축소됐다.

와인 수요가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기존 주요 사업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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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L&B 와인앤모어 매장. <신세계L&B>


송 대표는 와인사업 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와인 전문 오프라인 매장 ‘와인앤모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개의 점포를 폐점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3개 점포 폐점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세계L&B가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정리하고 소수 매장을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고가 와인 위주로 제품 구성을 바꾸고 독립적인 프리미엄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강남구에 위치한 와인앤모어는 고가 와인 수요가 클 것이라고 예상되는 만큼 청담, 논현, 학동 등의 매장을 중심으로 리뉴얼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신세계L&B는 와인앤모어 청담점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다. 매장규모를 확장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 출시, 고가 와인 중심 판매 등의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와인앤모어 뷰티’라는 상표권도 출원했다. 

와인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을 만들고 어울리는 와인과 패키지를 구성해 함께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L&B의 와인 관련 브랜드 확장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신세계L&B의 주력사업은 화장품 개발이 아닌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행보는 송 대표가 올해 밝힌 새로운 성장 비전과도 일치한다.

송 대표는 주류 전문 매장 브랜드 와인앤모어를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처럼 와인 관련 산업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 대표는 2010년 오비맥주 마케팅총괄 부사장, 2018년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을 거쳐 2021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4년 신세계그룹 임원인사에서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를 동시에 이끌게 됐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