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체코 원전 수수를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체코 원전 수주 성과를 올리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이번 체코에서의 결과는 한국 원전 수출 도전기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황 사장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원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체코 정부는 7월 중으로 원전 건설을 맡을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는 두코바니, 테믈린에 각각 원전 2기씩 모두 4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한수원이 중심이 된 ‘팀코리아’로 체코 원전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사는 프랑스의 프랑스전력공사(EDF)다.
체코전력공사는 한국과 프랑스의 입찰제안 평가보고서를 6월15일 체코 정부로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체코 정부가 정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를 보면 평가보고서 제출 이후 한 달 이내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다.
황 사장은 18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체코 수주전과 관련해 “결과는 7월 중순에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 결과는
윤석열 정부에게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전 수출을 주요 국정 목표로 내세워 왔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출범한 이후 같은 해 10월에 폴란드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수주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들었다.
다만 폴란드 원전 수주전의 결과는 새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만에 나온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은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공을 들여 나온 첫 원전 수주전 결과로 볼 수 있다.
황 사장은 원전 수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올해에만 직접 체코를 세 차례 방문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4월 말 직접 최종입찰서를 제출했고 6월 중순에는 신규원전건설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부 장관 등 주요 인사를 만났다.
정부에서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월에 체코를 방문해 체코 정부 인사를 만나는 등 체코 수주전 지원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은 경쟁 상대인 프랑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체코 현지 매체인 ‘경제저널(Ekonomicky Denik)’은 “한국이 덤핑에 가까운 거부할 수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며 “한수원이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입찰 가격만으로 수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원전 수주의 성격을 고려해 한수원 사장이나 장관이 움직이는 정도로는 역부족이고 결국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움직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수출은 단순하게 발전시설을 하나 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사이 외교, 안보 등이 복잡하게 얽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원전 건설의 의미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체코 정부는 사업자 선정에 안보 등 측면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 언론인 월드 뉴클리어 뉴스(World Nuclear News)의 17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시켈라 체코 산업부 장관은 체코전력공사의 입찰제안 평가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국가 안보 이익의 관점에서 보고서에 의견을 표명할 기회”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원전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안보가 중시되는 분위기에 맞춰 유럽연합(EU)의 역내 국가들을 향해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주전과 관련해서도 직접 체코를 방문하는 등 총력전 태세를 보였다.
체코전력공사는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입찰제안서 제출기한을 4월15일에서 30일로 2주가량 미뤄주는 등 편의를 봐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한수원은 체코 외에도 슬로베니아 등에서, 한전 역시 영국과 아프리카 등에서 지속적으로 원전 수출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내 원전 수출 성과를 내는 일이 절실한 만큼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팀코리아의 원전 수출 전략과 윤 대통령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12일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만나 “앞으로 카자흐스탄이 원전 사업을 진행하면 우리 기업이 참여해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전환 노력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20일 “체코 원전 수주 성공은 그 자체로도 한국형 원전 수출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수출 이력이 추가되면 슬로바키아, 폴란드, 스웨덴, 튀르키예 등 신규 원전 건설을 고려하는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