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수주경쟁 불붙어, 김동관 vs 정기선 '승계 문턱' 격돌

▲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국내외 해양방산 사업을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수주 경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국내외 해양방산 사업을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1983년생)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1982년생) 모두 해양방산 사업의 해외 확장을 중요한 경영 과제로 삼고 있어 두 40대 초반의 그룹 오너 3세 간 경쟁에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 조선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키로 하며,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선소는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에 있어 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행하는 데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수주경쟁 불붙어, 김동관 vs 정기선 '승계 문턱' 격돌

▲ 한화그룹은 지난 2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지분 모두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한화>

또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선박은 자국 내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미국의 이른바 ‘존스법’을 맞출 수 있게 돼, 미국 방산 사업 확장의 전초기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로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 사업전략을 일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HD현대중공업도 미국 내 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위해 필리조선소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협력을 추진하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에 대해 아직 구체적 대응 방안을 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필리조선소가 경쟁사로 넘어간 만큼 이 조선소를 현지 유지·보수·정비 사업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엔 차질이 생기게 됐다.  

대신 HD현대중공업 필리핀과 페루에 현지 공동 해양 방산 생산체계를 마련한 데 이어 중동과 미국 등으로 방산 공급망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선급협회(ABS)와 검사·인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 정비, 정비인프라 구축 등의 전문 역량을 갖춘 국내외 기업과 협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대결하는 분야는 비단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 사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9조 원 규모의 호주 차기 호위함 입찰,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입찰, 3조 원 규모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프로젝트 등 해외의 굵진한 방산 수주전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가 해양방산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 군사정보 전문업체 IHS제인스에 따르면 세계 함정 시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820억 달러(약 111조 원), 1100여 척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보수·정비 시장은 향후 30년 동안 연 평균 약 70억 달러(9조5천억 원)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박 건조 역량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기술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해양방산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인 셈이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품으며, 재계에서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두 부회장은 조선 산업에서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두 부회장은 개인적으론 친분이 두텁지만, 사업에선 한 치 양보 없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수주경쟁 불붙어, 김동관 vs 정기선 '승계 문턱' 격돌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지난 2월28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에게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한국 해군의 8조 원 규모 차기 구축함 입찰을 앞두고 두 기업의 신경전은 극에 달하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차기 구축함(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한 뒤,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을 둘러싸고 두 기업의 고발과 반박이 이어졌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 입찰 때 군사기밀 유출 사고에 따른 보안 감점을 적용받고 있지만, 입찰 제한 제재를 받고 있진 않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군사기밀 유출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공정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지난달 “임원 개입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임원 개입을 주장한 한화오션 직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 

이에 한화오션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맞대응했다. 

두 회사는 해외 방산 입찰 프로젝트에 팀 코리아로 협력하는 방안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 팀으로 해외 해군 입찰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지만, 한화오션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 측은 입찰을 진행하는 해외 발주처가 파견해야 할 관리 인원 수 증가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 팀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