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 보상안 통과를 발표하며 기뻐하고 있다. <테슬라>
머스크는 테슬라를 인공지능(AI) 중심 기업으로 바꿔내기 위해서는 25%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이번 보상안 통과로 이런 구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과반이 넘는 주주가 일론 머스크를 위한 ‘450억 달러’(약 62조268억 원) 임금 보상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보상안 통과 여부에 따라 퇴진 가능성까지 거론됐었던 만큼 일론 머스크가 리더십과 관련한 시험대를 통과한 모양새다.
아크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주요 주주도 보상안 투표를 앞두고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성공에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노르웨이 연기금이나 일부 의결권자문사 등에서 보상안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은 대체로 아크인베스트먼트와 같은 시각에 동의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주주총회의 보상안 통과를 놓고 “주주들이 여전히 머스크를 믿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바라봤다.
일론 머스크가 목표로 한 테슬라 25% 지분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는 25% 지분을 얻지 못한다면 테슬라를 AI 기업으로 바꿔내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난 1월 내놓았다.
AI 기술에 기반한 자율주행과 로봇 등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의결하기 위해서는 머스크가 가진 12.9% 지분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투자 전문매체 인베스팅은 법률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임금 보상안에 따라 “머스크가 최대 2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임금 보상안에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이 포함돼 머스크가 이를 행사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테슬라의 자체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세대 제품이 사업장 내부를 걸어다니고 있다. <테슬라>
머스크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배송지를 테슬라가 아닌 자신이 설립한 xAI로 바꾼 적도 있다. 이에 머스크가 테슬라 대신에 다른 기업으로 AI 개발의 무게추를 옮기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증권사 모간스탠리는 “머스크가 25%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테슬라의 AI 투자가 지연되거나 심지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보상안 승인으로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AI 사업 전략에 자신의 구상을 펼칠 기반을 가질 수 있게 된 셈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주 수익원을 현재 전기차 판매에서 AI 기술로 바꿔내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도조’에서 AI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자율주행시스템(FSD)의 고도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이뿐 아니라 주요 시장인 중국에 FSD를 새로 출시해 다수 사용자로부터 구독료를 거둬 중장기적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다. 오는 8월8일에 공개를 예고한 자율주행 ‘로보택시’도 AI 기술에 기반하는 사업이다.
AI를 중심으로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여러 기업들 사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 X에 사용자들이 입력하는 언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에 명령을 내리거나 답을 듣는 기술을 xAI에서 개발하는 식이다.
xAI는 이미 인공지능 챗봇인 ‘그록(Grok)’을 출시해 X에서 유료 구독을 받고 있는데 이를 옵티머스에 탑재하면 사람처럼 말하는 로봇을 구현해 낼 수 있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나 뉴럴링크가 다른 AI 기업들과 달리 전기차와 로봇 그리고 뇌이식 칩 등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제품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점 또한 인공지능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결국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 지배력을 다시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서 테슬라 중심의 ‘일론 머스크 제국’ 건설이라는 꿈에 더욱 가까워 졌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일론 머스크는 주주총회 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단순히 테슬라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