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례신사선이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면 건설사가 관심을 쏟을 수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서울시는 여전히 빠른 사업추진을 목표로 기존 민간투자사업 방식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에서 발을 빼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다만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하면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한 데다 경제성을 다시 평가받아야 하는 탓에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위례신사선의 신속한 재추진과 함께 재정투자사업으로의 전환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시가 우선협상대상자 취소와 함께 위례신사선의 민간투자사업 및 재정투자사업 추진 방안을 언급한 가운데 사업자체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의문의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위례신사선 경전철 노선도 < 서울시 >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 재추진을 위해 GS건설 컨소시엄을 대신할 사업자를 찾는 제3자제안 공고문을 하반기 재공고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례신사선은 첫 제안 이후 16년이 흘렀다. 서울시는 빠른 추진으로 사업지연을 막기 위해 기존대로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3자제안 공고문을 재검토할 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협상해야 할 내용을 최대한 공고문에 포함해 협상기간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실무진 보고에 따르면 새 사업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며 민간사업투자 재추진에 희망을 내비쳤다.
다만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인 GS건설 컨소시엄과 협의에 도달하지 못한 주요 원인이 공사비인데 높아진 공사비를 둘러싼 환경은 단기간에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더라도 공사비 협상을 원활히 이끌 방책이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많다.
서울시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민간투자사업 추진여건이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에 참여할 민간사업자가 없을 때 신속히 재정투자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례신사선의 재정투자사업 전환은 서울시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1개월 전 서울시는 위례신사선의 재정투자사업 전환 보도에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재정추진 전환, 민자사업 해지는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정전환의 가능성이 나오면서 위례신사선을 향한 건설업계의 관심이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민간기업이 사업자로서 리스크도 안아야 하는 민간투자사업과 다르게 재정투자사업은 건설사가 시공사로만 참여해 안정적 실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의 재원으로 사회기반시설(SOC)을 건설해 빠른 사업추진을 도모하고 이후 민간은 운영수익으로 투자금 등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크게 민간이 직접 운영해 얻어지는 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수익형(BTO) 방식과 사전에 정해진 임대료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임대형(BTL) 방식으로 나뉜다. 위례신사선은 위험분담형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rs)로 추진되고 있으며 총사업비의 절반은 민간이, 나머지 절반은 건설보조금으로 충당한다.
반면 재정투자사업은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건설사가 안아야 할 위험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또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지하철 공사 수주를 통해 공공공사 이력을 쌓는 기회가 생기는 장점이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사업구조에서는 적지 않은 건설사가 관심을 둘 것”이라며 “도심 속을 지나는 노선인 만큼 고난도 기술인 TBM(터널굴착기) 방식을 사용해 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위례신사선은 고난도인 점과 함께 15km, 11개 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추후 여러 공구로 발주될 가능성이 커 많은 공공공사 일감이 나오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하면 사업추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위례신사선이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되면 재정 철도사업에 적용되는 절차를 다시 거친다. 당장 서울시의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부터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등 사업계획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등부터 진행돼야 한다.
특히 재정투자사업의 핵심으로 대규모 신규사업에 관해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실시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경제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이 나온다.
위례신사선은 2018년 11월 재정투자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해당하는 민간적격성 조사에서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위례신사선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민간적격성 조사에서 경제성 평가(B/C) 결과 1.02를 기록하며 일반 철도사업의 기준치 1.0을 넘겼다.
그러나 민간투자사업 기준의 사용료(요금) 체계가 재정투자사업에서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고 민간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시점으로부터 6년 가까이 지난 만큼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하면 법령 및 지침상 일반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며 “민간적격성 조사가 이뤄진 시점부터 워낙 오랜 시간이 흘러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정투자사업 전환 이후 기존 민간투자사업에서 진행되던 사업계획이 그대로 반영될지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하면 정확한 사업계획이 어떻게 짜여질지 확실하지 않다”며 “그동안 사업 진행을 보면 재정 전환 이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여 당장 건설사들이 계산기를 두드릴지 의문이다"고 바라봤다.
위례신사선은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제3자제안 재공고나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이 원활히 이뤄지더라도 20년 이상 표류하게 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인 GS건설 컨소시엄과의 절차에서도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이미 분양 당시 분양가 납입과 동시에 1세대당 700만 원, 모두 3100억 원을 위례신사선 건설부담금으로 낸 상태다.
▲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
2005년 위례신도시 조성 계획이 발표된 뒤 2008년 삼성물산은 최초로 위례와 신사를 지나 용산까지 이르는 최초 위례신사선 사업제안을 했다. 같은 해 3월 위례신도시 택지개발사업 광역교통개선대책이 확정되면서 본격화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면서 위례신사선은 2012년 위례와 신사를 잇는 14.8km 형태로 변경됐고 이 방안은 2014~2015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변경안과 도시철도구축계획 변경안에 포함돼 확정됐다.
이 사이 2013년부터 위례신도시에서는 첫 입주가 시작됐다. 다만 삼성물산이 2016년 10월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사업 철수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는 곧바로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포함돼있던 GS건설의 사업추진 의사를 확인했고 GS건설이 기존 삼성물산의 지분을 인수하며 위례신사선은 다시 추진됐다.
2017년 1월 사업제안서 접수, 2018년 11월 민간적격성 조사 통과를 거쳤다. 5개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위례신사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이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이 공사비가 급등했고 서울시와 GS건설 컨소시엄은 1천억 원가량의 공사비 증액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왔다. 올해 5월에는 기재부의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안건에 상정되지 못하기도 했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랜 시간 교통 불편을 감내해 가며 학수고대해왔던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잘 알고 있다”며 “신속한 추진을 최우선으로 고민하면서도 안정적 시행방안도 병행해 사업추진에 더욱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