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도의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역차별 문제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의 재정난 등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 임박, 요원한 차등요금제 도입에 한전 재정난도 ‘변수’

▲ 14일부터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국내 전력시장에 큰 영향을 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다.


11일 산업부에 따르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분산에너지법 시행령, 시행규칙은 현재 법제처 심사를 진행 중이다. 분산에너지법이 14일부터 시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위법령을 제정하는 작업이 비교적 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분산에너지법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분산형 전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법이다. 

구체적으로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통합발전소 도입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도입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차등 전기요금제의 시행을 놓고는 발전소가 위치해 전력자립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5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등 전기요금제와 관련해 “우리 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합리적이고 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공급이 이뤄져 반도체 등 미래산업 유치에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규모 발전소는 없지만 댐을 보유하고 있는 영서지역도 혜택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에서는 시의회가 3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조시시행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다만 분산에너지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차등 전기요금제의 실제 도입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현재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인 시행령, 시행규칙에도 차등 전기요금제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지역별로 어떻게 전기요금에 차등을 둘 것인지 등 세부 기준을 놓고 각 지자체, 발전사 등 전력시장 내 이해관계자 사이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에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22일 열린 제31차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2026년에 차등 전기요금제를 본격적으로 소매 단계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놓고 “전기요금이 원가에 기초해 산출돼야 한다는 현행 전기사업법령에 따라 도매가격 차등을 우선 시행해 정확한 지역별 원가를 산출할 것”이라며 “이어 소매요금 차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력도매가격 차등은 2025년 상반기, 소매요금 차등은 2026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력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 공기업인 한전으로서도 새로운 요금체계인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은 경영 환경에 중대한 변화다.

일반 사용자들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의 원가 대부분이 한전이 전력을 구매하는 비용인 만큼 전력도매가격, 전기요금의 차등 적용은 한전의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전은 현재 누적적자가 40조 원을 웃돌 정도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한전에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추진이 절실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도매가격 설정부터 차등 적용 논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전은 이미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차등 전기요금제를 놓고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5월16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등 전기요금제는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며 “전력 공급이 많은 곳부터 먼저 구매 단계에서 시행하는 게 맞고 이런 내용을 산업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