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와 희귀 광물 공급망 독점, 미국과 무역갈등 '다음 승부처'로 주목

▲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쓰이는 필수 소재 공급망 독점을 앞세워 무역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원자력 발전 등에 쓰이는 희귀광물과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이러한 자원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만큼 중국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식으로 보복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11일 증권사 JP모간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이 미중 갈등의 다음 승부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최근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철강과 태양광 제품 등을 대상으로 고율 수입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와 첨단 소프트웨어 등에 집중된 미국의 무역규제에도 전면적으로 보복조치에 나서는 대신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 양상에 접어들면 중국 경제에도 상당한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도 더 이상 대응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보복조치로 희토류 및 희귀금속 등 소재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JP모간은 중국이 2022년 기준 글로벌 흑연 생산량의 100%, 희토류의 90%, 코발트 생산량의 74% 가까이를 책임졌다며 전 세계 공급망에서 지배적 위치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맞서 중국 정부가 이러한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다면 세계 반도체와 전기차, 군사무기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친환경 에너지 등 중국산 희귀 소재 공급망에 의존이 큰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의 보복조치가 큰 효과를 낼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JP모간은 중국이 전면 수출금지 조치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전자제품과 방산, 전기차와 원유 정제 등 사업이 가장 큰 리스크를 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 이외에 한국과 일본, 멕시코 등 다른 국가에서 일부 소재를 수입하며 중국의 수출 금지 가능성에 맞서 대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중국 희토류와 희귀 광물 공급망 독점, 미국과 무역갈등 '다음 승부처'로 주목

▲ 중국 흑연 생산공장 내부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현재 미국에 매장되어 있는 주요 광물 소재를 채굴해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JP모간은 미국이 자국 내 공급망 확보를 통해 대안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바라봤다.

매장된 광물이 처음 발견된 뒤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평균적으로 16년 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결국 JP모간은 미국이 중국의 수출 금지 등 가능성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필수 소재 물량을 비축하고 광물 재사용과 대체광물 활용 등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반면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전면적으로 무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에 경제 성장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관계를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시키려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JP모간도 중국의 과거 대응사례를 볼 때 심각한 수준의 ‘광물 전쟁’이 벌어지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중국은 지난해 말에도 희토류를 직접적으로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대신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해외 수출을 막는 방식으로 다소 소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데다 향후 미국 대선결과 등 변수를 고려한다면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JP모간은 미국이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동맹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등 국가 단위 협력을 확대해 대안을 찾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