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네 번째)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왼쪽 다섯 번째)과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사이 간담회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실> |
[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제협력 관계가 한층 깊어지면서 삼성물산에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원전 건설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건설은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를 노릴 수 있는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은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사이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이 아랍에미리트 및 대한민국에 가져올 상호 이익과 중요한 성장 기회를 인식하면서 주요 분야에 중점을 두고 상호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무함마드 대통령의 이번 한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아랍에미리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한국 경제계 인사들과 만남에 적극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구본상 LI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9인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무함마드 대통령이 먼저 요청했고 아랍의 전통적 모임 형태인 ‘마즐리스(Majlis)’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나란히 앉아 순서대로 돌아가며 각자 발언을 이어가는 형식이다.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며 “무함마드 대통령이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굉장히 좋은 분위기에서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같이 하자는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주로 삼성물산을 통해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 위주로 사업을 펼쳐 왔다.
특히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이었던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삼성물산은 2012년부터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해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올해 안으로 마지막 4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아랍에미리트는 바라카 원전에 이어 올해 안에 4기의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는 사업의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으로서는 바라카 원전 사업에 이어 또다시 해외에서 원전과 관련해 대규모 건설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이날 발표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사이 공동선언의 4대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공동선언에는 원전과 관련해 “양 정상은 후속 호기 프로젝트, 제3국 공동 진출, 원자력 연료 공급망 및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잠재 협력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마트시티 역시 아랍에미리트에서 삼성물산의 주요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 인근에 탄소, 쓰레기, 내연 자동차가 없는 친환경 스마트시티인 ‘마스다르시티’를 건설 중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티 방문을 계기로 마스다르 시티에 수소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마스다르시티 건설은 아랍에미리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국가적 사업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와 비교해 실현 가능한 규모의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1단계 공사는 마무리됐으며 후속 공사가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아랍에미리트에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할리파를 건설하는 등 성과를 낸 바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한전이 2021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송전망 건설 및 운영사업에도 참여해 설계, 시공을 맡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도로교통청(RTA)가 발주한 두바이 메트로 사업 입찰에도 독일 지멘스, 인도 L&T, 아랍에미리트 웨이드아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두바이 메트로 입찰마감은 7월22일이다.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데
이재용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2022년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첫 해외 출장지로 바라카 원전을 찾았을 정도로 아랍에미리트에 관심을 보여왔다. 올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 1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자 마자 하루 뒤에 바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과 무함마드 대통령 사이에는 2019년부터 친분이 이어져 오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왕세제 시절인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에서 한국에 힘을 실어 준 인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속적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추석 연휴기간 중동을 방문해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물창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