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차 반도체 펀드' AI에 집중 전망, 엔비디아 대체할 자국 기업 키우기

▲ 국 정부가 3차 반도체 펀드를 사상 최대규모로 조성하며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반도체기업 및 정부 지원 관련 그래픽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조성한 3차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의 자금이 대부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확보 및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에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이 엔비디아와 AMD, 인텔 등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자국 기업으로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29일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중국의 3차 정부펀드는 완전한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특히 인공지능 열풍에 대응해 더 많은 노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3440억 위안(약 64조6천억 원) 규모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했다. 대부분의 자금은 정부와 국책은행 등의 출자로 마련했다.

2014년 조성한 1387억 위안 규모의 1차 펀드, 2019년 조성된 2040억 원 규모의 2차 펀드에 이어 이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큰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를 설립한 것이다.

반도체 정부펀드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은 2019년부터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및 기술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트럼프 및 바이든 정부는 모두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경계해 점점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하며 중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확보하기 어렵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엔비디아와 AMD 등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수출하지 못 하도록 하는 규제가 시작됐다.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향후 반도체 설계와 자율주행차 개발은 물론 군사무기에도 핵심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이를 차단해 중국을 견제한 셈이다.

윈스턴 마 뉴욕 로스쿨 교수는 CNBC를 통해 “중국의 3차 반도체 펀드는 AI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조성된 만큼 인공지능 반도체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구현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첨단 메모리반도체 등을 설계하고 생산하도록 하는 데 지원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마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이 관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게 됐다는 분석도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오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관련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를 구축해야만 하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중국 '3차 반도체 펀드' AI에 집중 전망, 엔비디아 대체할 자국 기업 키우기

▲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인공지능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현재 글로벌 IT기업은 대부분 엔비디아와 AMD 등의 고사양 GPU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 성능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규제로 이를 사들이기 어려워진 만큼 화웨이 등 자국산 제품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당연히 기술력 측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은 화웨이를 비롯한 선두 기업이 고사양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해 엔비디아 등 기업과 격차를 최대한 좁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와 주로 함께 쓰이는 고대역 메모리(HBM) 자급체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및 화학소재 기업들도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활용한다.

미국 정부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기조에서 인공지능 반도체와 연관성이 높은 제품 및 기술이 향후 추가로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들인다고 해도 단기간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해외 경쟁사의 기술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그동안 전기차와 배터리,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등 다수의 산업 영역에서 가장 앞선 기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키우는 ‘챔피언 육성’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화웨이가 출시한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는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엔비디아의 GPU 제품과 비교해 일부 지표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의 기술력이 이미 미국 정부의 규제 수준을 웃도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화웨이와 SMIC가 공동 개발하고 생산한 7나노 미세공정 기반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도 미국 정부의 예상을 깨고 단기간에 기술 발전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화웨이를 대상으로 추가 규제 여부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화웨이와 SMIC뿐 아니라 화훙반도체와 메모리 전문기업 창신메모리(CXMT), YMTC도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들 기업의 반도체 기술이 모두 인공지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만큼 중국의 3차 정부펀드 지원이 본격화되면 상당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