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은 줄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상승폭을 앞서고 있다. 

이에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전세가격/매매가격)이 상승해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한 자금부담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라 전세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갭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과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 줄고 전세값 상승, 8월 앞두고 갭투자 향한 관심 증폭

▲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전세가율이 상승하면서 갭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지역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품귀 현상이 거세지고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올라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입주와 분양 물량이 부족하고 비아파트 전세기피 현상에 매수 관망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파트 전세물량은 줄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대거 만료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전세가격이 더 뛰어올라 갭투자를 향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많다. 2020년 8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최대 4년간 묶여 있던 임대차 계약이 올해 8월 끝나기 때문이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2+2년으로 4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지만 임대차법이 시행 4년을 맞는 만큼 전세가격 상승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며 "전세가율이 더욱 상승해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갭투자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스카이캐슬 전용면적은 50.81㎡은 지난 3월4일 5억 원에 거래됐고 이어 3월15일 전세 3억8천만 원에 전세계약 됐다. 1억2천만 원의 갭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스카이캐슬 전용면적 42㎡은 6억 원에 매물이 1건 올라와 있다.

또한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공릉3단지 라이프 전용면적 34㎡은 3월25일 3억12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진 뒤 4월4일 전세 1억9천만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1억2200만 원이다.

서울 지역에서도 1~3억 원의 자기자본으로 있으면 서울 아파트 등기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갭투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적 서울 지역 갭투기 건수는 1045건으로 지난해 1~3월 누적 건수 1098건보다 53건 감소했다. 아실은 아파트를 매매한 뒤 3개월 동안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 계약으로 맺으면 갭투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갭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이 고개를 든다. 부동산시장이 저점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갭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23년 12월 첫째 주 하락으로 돌아선 뒤 2024년 3월 둘째 주까지 15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어 올해 3월 셋째 주 보합세을 전환된 뒤 3월 넷째 주 17주 만에 반등했다. 이어 5월 셋째 주까지 9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 줄고 전세값 상승, 8월 앞두고 갭투자 향한 관심 증폭

▲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왼쪽)과 서울 아파트 매매 및 전세지수 추이. <한국부동산원>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갭투자 수요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가격은 53주 연속으로 상승하며 매매가격보다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을 보면 2023년 1월부터 4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와 전세지수는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후 5월 말 각각 92.7, 83.6으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에 나섰다.

2023년 5월 마지막 주부터 올해 5월 셋째 주까지 매매지수와 전세지수 상승률은 각각 1.71%, 5.25%로 나타났다. 이에 월간으로 집계되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도 같은 기간 57.9%에서 58.7%로 0.8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22년 11월 60% 아래로 내려온 뒤 2023년 9월 57.8%까지 내려온 이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파트를 매입할 때 자기자본이 덜 들어간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매가격이 10억 원이고 전세가격이 6억 원으로 형성돼 있다면(전세가율 60%) 자기자본 4억 원에 주택을 매입할 수 있지만 전세가격이 7억 원이 돼 전세가율이 70%로 오르면 자기자본은 3억 원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있고 매매시장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임차인을 구하기 쉽고 전세가격도 올려서 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8만2855건으로 2023년 1월 5만 건 초반 수준에서 3만 건 이상이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5천 건 안팎에서 2만8482세대로 2만6천 세대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서울 주택 공급량은 줄어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다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적기라는 의견이 많아지는 이유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2만4139세대로 전년(3만610세대)와 비교해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서울 아파트 부족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여 서울 아파트값이 결국 오를 것이란 것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 줄고 전세값 상승, 8월 앞두고 갭투자 향한 관심 증폭

▲ 서울 아파트 1주 단위 매매 및 전세가격 변동폭(왼쪽)과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 물량 추이. <한국부동산원, 아파트실거래가(아실)>

실제 5월 기준 KB부동산의 서울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기준선인 100을 넘어 102.1을 기록했다. 올해 1월 80.2를 보이다 2월 84.5, 3월 89.9, 4월 98.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울 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2023년 7월 100.8로 기준선을 넘은 뒤 올해 5월 116.4까지 올랐다.

다만 갭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기 쉽지 않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압박하려면 전세가율이 60%가 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실거주 용도가 아닌 투자 목적 갭투자는 당분간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등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황을 지켜본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