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의 간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약·바이오업종을 향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연고점 돌파를 노릴 만큼 뜨거운 가운데 코스닥지수는 HLB 급락 등의 영향으로 차갑게 식어가며 온도차가 심화하고 있다. 
 
'HLB 하한가 쇼크'에 흔들리는 바이오주 투심, 코스피 코스닥 온도차 심화

▲ 20일 HLB 주가가 직전 거래일에 이어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모인 KRX헬스케어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3.43% 하락한 3184.33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에 이어 연이어 2거래일 연속 3% 이상 하락했다. 

기대를 모았던 HLB의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이 FDA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HLB 주가는 이날도 하한가에 장을 마쳤다. 17일에는 8개 HLB 그룹주가 일제히 하한가에 장을 마감했다.

HLB는 신약 승인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에만 주가가 2배로 뛴 종목이다. 17일 이후 연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하면서 주가가 51%가량 빠졌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지만 이날 4위로 내렸다. 

이번 HLB 사태로 코스닥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나온다.

신약개발 관련 종목 주가가 한차례 꺾이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 만큼 HLB 주가 내림세가 코스닥 바이오주 전반의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HLB는 FDA 승인 국산 신약을 노린 첫 코스닥기업이자 바이오텍이다. 

반면 바이오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에서 통과된 점과 제약업계 주요행사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다가오는 점이 관련 업종 호재로 꼽힌다.

HLB 주가 상황은 향후 코스피와 코스닥 전반의 지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HLB를 비롯한 바이오주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바이오업종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어서다.
 
이날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알테오젠, HLB, 셀트리온제약, 클래시스 등 4개 기업이 제약바이오 관련기업이다. 신약개발 전문기업들은 대체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있기도 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미 올해 들어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도 코스피지수가 고점에 가까운 2740선에서 움직이면서 연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를 키운 가운데 코스닥지수는 HLB 급락 등에 따른 영향으로 1%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셀트리온(-2.35%)의 주가 하락에도 반도체, 밸류업 관련주 중심 강세가 나타나면서 0.64% 올랐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닥지수는 2.2%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3% 상승했다.
 
'HLB 하한가 쇼크'에 흔들리는 바이오주 투심, 코스피 코스닥 온도차 심화

▲ 20일 코스닥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0.93% 내려 847.08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장 마감 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저주가순자산배율(PBR)주, 반도체주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순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이 소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도 바이오주 주가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HLB발 바이오주 동반 패닉 현상이 언제 진정되는지가 중요하다”며 “바이오주 급락이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안도 이후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하는 데 제약을 가했던 악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바이오업종 투자심리 회복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