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VIEW] 악성 미분양 물량 3만 채? 시장을 보수적으로 봐야 할 이유

▲ 미분양 관리지역인 경북 포항에서 공사중인 포항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2단지 현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공동주택 악성 미분양 물량이 1만 채 남짓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악성 미분양 물량이 2만9천 채에 달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게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매우 민감한 통계이기 때문이다. 

미분양 통계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도 이해불가다. 이미 공급물량을 19만 채나 누락시킨 윤석열 정부인데 악성 미분양 물량의 통계 정확성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져 윤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질 듯하다. 

아울러 악성미분양 물량 등 미분양 물량이 정부 발표를 훨씬 상회할 것이란 합리적 의심은 시장에 대한 보수적 접근의 필요성을 높인다.

악성 미분양 물량, 정부 1만 채 vs 언론사 3만 채  

민영방송사인 SBS는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2017년 이후 신규분양 단지 약 197만여 공동주택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분석한 결과 현재 소유주가 개인이 아닌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인 미분양 추정 물량은 2만 9632 채로 드러났다고 15일 보도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악성미분양 물량은 고작 1만1363 채에 불과했다. 무려 2.6배나 차이가 난다. 특히 경기도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6698 채로 조사됐지만 정부가 발표한 통계는 1182 채로 5.7배나 차이가 난다.

악성 미분양을 비롯한 미분양 통계는 시장의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다. 그런데 악성 미분양처럼 결정적인 데이터의 신뢰성이 의심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분양 통계는 신고의무화가 필수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확산되는 까닭은 미분양 통계가 시행사 및 건설사 등의 공개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영업비밀'이라는 설득력 없는 이유로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토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64 채인데 시장에서는 건설사가 신고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을 포함해 실제 미분양 가구수는 10만 채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10만 채라는 건 어마어마한 수치다.

차제에 서울시가 요구하는 것처럼 '미분양 신고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낙인효과 운운하며 분양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나 통계의 정확성이 정부 정책 및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임을 생각한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다. 

이미 통계누락 의혹에 휩싸인 윤 정부, 시장 신뢰는 바닥

윤석열 정부는 이미 공급물량 관련해 있을 수 없는 통계누락을 한 전력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30일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결과 데이터 누락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를 정정한 바 있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42만8744 가구인데 3만9853 가구 적은 38만8891 가구로 잘못 발표됐다. 착공 실적은 24만2018 가구인데 이보다 3만2837 가구 적은 20만9351 가구로 발표됐다. 

특히 준공 실적의 경우 기존 통계와 수정 통계의 차이가 무려 12만 가구에 이른다. 실적이 31만6415 가구에서 43만6055 가구로 11만9640 가구(38%) 늘어난 것으로 정정됐다. 

전체 누락 물량을 합치면 무려 19만 2330 가구에 달한다. 이쯤되면 정부통계의 신뢰성과 유의미성은 근저에서부터 의심받게 된다.

인허가·착공·준공은 부동산 경기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주택 수요자들의 의사 결정과 민간의 사업 결정은 물론 정부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된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인허가·착공·준공 실적 전부를 정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벌인 것인데,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악성 미분양 물량 통계의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으니 윤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 모르게 추락할 수밖에 없을 성 싶다.

소비자들은 시장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해

윤석열 정부가 생산해 유통시키는 미분양 물량 등의 통계들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받는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중대한 함의를 던진다. 정부 발표와 달리 전국 미분양 물량이 10만 채에 가깝고 악성 미분양 물량이 3만 채에 가깝다면 부동산 시장은 대세 하락이 한창인 것으로 읽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바닥론’이나 ‘신고가론’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하게 시장을 관찰해야 한다.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소비자는 시장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