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기존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5년 2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부터 ‘후면 전력 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대만 TSMC와 기술격차를 좁히고, 인텔의 추격에 대응하려면 내년 2나노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2나노 이하 1나노 급에서는 초미세 공정도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면 전력 공급’ 기술 활용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 TSMC, 인텔 ‘파운드리 삼국지’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1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인텔이 올해 하반기부터 20A(2나노 공정)에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을 적용해 차세대 클라이언트용 프로세서 ‘애로우 레이크’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르면 내년부터 이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2025년 2나노 공정에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해 TSMC 추격에 나선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은 반도체 뒷면에 전력이 공급되도록 하는 구조를 갖춰 데이터와 전력 전송 효율을 모두 높이는 신기술이다.
그동안 반도체는 전기회로와 전력선이 모두 웨이퍼 위에 배치됐다. 이 때문에 웨이퍼 위에 회로를 나노급으로 새기기 위한 공간이 줄어들었고, 회로 사이에 불필요한 간섭이 발생해 불량이 생기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전력선을 웨이퍼 뒷면에 배치해 회로와 전력선을 분리하면, 회로 간섭 현상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미세한 공정을 적용하기 쉽고, 칩의 면적 자체도 작게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일본에서 열린 반도체학회 ‘VLSI 심포지엄’에서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을 적용하면 반도체 면적을 14.8% 축소하고, 배선 길이를 9.2% 단축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후면 전력 공급 기술력에 가장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기업은 인텔이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지난해 12월 투자전문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2년 전만 해도 우리가 게임(파운드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후면 전력 공급은 모두가 인텔이 앞서 있다고 말한다”며 “이는 실리콘에 더 나은 면적 효율성을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기존 전면전력공급(위) 방식과 후면전력공급(아래)의 차이점. < IMEC >
삼성전자는 당초 2027년 1.7나노 공정부터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전면 수정해 2025년 2나노 공정부터 이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2나노 공정에서 경쟁사에 밀려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대만 TSMC를 극복하기 쉽지 않고, 자칫 파운드리 산업에서 빠르게 추격하는 인텔에마저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운드리는 한번 협력관계가 구축되면 후발주자가 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측면이 강한 산업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선 신기술을 더 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셈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냉정하게 말하면 TSMC보다 1~2년 뒤처졌지만, 2나노로 들어오면 앞설 수 있다”며 2나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선두업체인 TSMC는 2026년 1.6나노 공정부터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후면 전력 공급은 기존 파운드리 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는 기술로 꼽힌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는 2년마다 칩의 미세소자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착착 작동했다. 하지만 측정 단위가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5만분의 1 수준인 나노 공정으로 접어들면서 무어의 법칙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앞으로는 파운드리에서 미세 공정만으로는 기술 경쟁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2나노 공정이 3나노와 비교해 실제 집적도가 1.1배 높아지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결국 삼성전자를 비롯한 파운드리 업체들은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이나 3D 패키징 등 새로운 패키징 기술을 통해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은 설계에 따라 반도체 집적도를 7~10% 더 높일 수 있다”며 “이 기술은 앞으로 출시될 많은 반도체 공정 기술에서 구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