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사태에 정부 소극적 태도 비판 거세, 국힘에서도 '적극 대응' 요구 잇달아

▲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출범 뒤 외교적 양보를 통해 한동안 한일 관계가 우호적 분위기를 이어갔으나 '라인 사태'로 두 나라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메신저 라인의 지배권을 내놓으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한 것을 놓고 국권침탈을 방관하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반일감정에 호소한 포퓰리즘이라고 맞서고 있는데 당내에서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라인사태와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야당의 비판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배권 문제를 포함하는 행정지도를 지난 3월 내놓은 뒤 우리 정부가 한동안 관망하다가 최근에야 유감을 표명하며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상임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이번 사태를 양국 간 중대 외교 사안으로 격상시켜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국회는 과방위와 외통위를 비롯한 관련 상임위를 즉시 가동해 정부의 대책을 점검하고 일본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해야 한다. 필요하면 상임위 간 연석회의도 열어야 할 것이다”고 압박했다.

조국혁신당도 정부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와 같은 당 이해민 당선자 등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라인야후는 정부와 민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인 외교 문제”라며 “외교부는 왜 입을 닫고 있나. 매국정권이라는 불명예를 기꺼이 받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독도를 찾아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라인 압박 총무상, 알고보니 이토 히로부미 후손’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인용하며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라고 적었다. 약 6시간 뒤에는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는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 조선 대한민국 정부는 멍~”이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야당의 공세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가 멍 때리고 있었다는 건 왜곡”이라며 “(민주당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선동하는 건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당리당략을 위한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호 대변인은 “외교부는 이미 지난달 우리 기업이 부당하게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네이버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일본 측과 소통하고 있다"며 “정부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원내 다수당의 책무”라고 맞섰다.
 
라인 사태에 정부 소극적 태도 비판 거세, 국힘에서도 '적극 대응' 요구 잇달아

▲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메신저앱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를 놓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협상 및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와 관련한 현안 브리핑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인 사태는 일본 총무성이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와 관련한 지분 재조정을 포함하는 행정지도를 지난 3월 내리며 불거졌다. 

라인 운영업체 라인야후를 지배하는 A홀딩스는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해서 만든 회사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을 명분으로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요지의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A홀딩스 지분 매입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라인야후에서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대표가 해임되며 이사진이 모두 일본인으로 채워졌다. 

라인은 일본에서 1억 명 가까운 사람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데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런 라인을 개발한 네이버가 사업 지배력을 통째로 일본 기업에 뺏기게 된 상황에 놓였다.

이에 일본이 시장경제에 반하는 조치를 하고 있으며 적성국에나 할 법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비판이 국내에서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북핵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해왔다. 

윤 대통령은 2023년 5월 12년 만의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해 정상 간 셔틀 외교 재개 합의했다. 또 양국 간의 화이트리스트 복원 및 경제협력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4월17일에는 기시다 총리와 통화로 한미일 연계 심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을 포함해 지나친 굴욕 외교를 펼친다는 국내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정부 역시 위안부 피해자 승소판결 배상 이행을 거부하고 독도 영유권 도발에 나서는 등 한국 정부를 만만하게 보는 행태를 보여 이같은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 지배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 중진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우리 정부는 '네이버가 정확한 입장을 정해야 행동할 수 있다'고 뒤에 숨어버리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본 관계 재검토를 지시한 행정지도를 철회하라'고 일본 정부에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 "기술주권이라는 국익 보호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지분 매각을 막기 위한 국제법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있지 않도록 당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뿐 아니라 네이버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부가 나서고 네이버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우리는 안 팔려고 했는데 강제적으로 팔렸어, 이래야지만 소송 할 수가 있다”고 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