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L이 아웨이타(AVATR)12에 탑재한 3원계 배터리의 모습. 아웨이타12는 CATL과 화웨이 그리고 창안자동차가 합작해 설립한 하이엔드 전기차 브랜드 아웨이타에서 출시한 차량이다. < CATL >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수요 위축과 공격적 설비 투자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반면 CATL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CATL은 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사들에 우위를 차지하며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CATL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7%가량 증가한 105억1천만 위안(약 2조177억 원)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SNE리서치 등 조사기관 집계에 따르면 CATL의 1월 및 2월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1월 기준 중국 시장 점유율은 49.4%, 글로벌 점유율은 39.7%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대비 글로벌 점유율이 6%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CATL의 점유율 상승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배터리 단가를 낮춰 물량 공세를 강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순이익을 늘리며 수익성 개선에도 성과를 낸 셈이다.
블룸버그는 “CATL의 견조한 실적은 기술 경쟁력과 생산 규모에 힘입어 비용 관리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며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갖춰내 강력한 가격 협상력도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ATL의 1분기 실적은 한국 배터리 3사의 실적과 크게 대비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573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금액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로 추정되는 실적이다.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SK온은 1분기에 수천억 원 대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 수익성도 부진한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ATL이 꾸준한 물량 공세로 한국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는 데 이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이면서 한국 배터리 3사에 위기감을 더 키우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CATL은 라이벌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보다 양호한 실적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 위치한 포드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의 3월31일자 건설 현황. CATL이 포드에 배터리 기술을 라이선스 형식으로 제공해 신설되는 공장이다. <포드>
CATL은 한국 배터리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단가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세계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 수요가 중저가 차량 중심으로 점차 옮겨가는 추세와 맞물려 한국 기업들에 경쟁 압박을 더할 수 있다.
한국 업체들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배터리 공장 신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다수의 공장이 2025년 전후로 완공돼 전기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그러나 CATL은 점차 북미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한국 배터리업체에 더욱 실질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CATL은 현재 포드와 협업해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에 대응해 직접 자본을 투자하는 대신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완성차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왕촨푸 CATL 회장은 최근 중국의 한 행사에서 이러한 협력 사례를 더 많은 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GM과 테슬라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CATL의 가격 경쟁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각국 정부의 지원에도 다른 기업의 경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지원을 후하게 받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들마저 중국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한국 배터리 3사가 CATL과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만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들 기업이 북미에 신설하는 배터리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전기차 수요가 다시 반등하며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도 전기차 판매 확대에 적극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지배력 강화를 경계하고 있는 만큼 무역장벽을 높이는 추가 조치를 통해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