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호주 수소 기업 인피니트그린에너지(IGE)와 함께 진행하던 그린수소 플랜트 사업에서 난관을 만났다.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당국의 반대에 부딪힌 해외 신사업에서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내야하는 호주의 상황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그린수소 사업 앞에 난관, 오세철 해외당국 규제 리스크 넘어서나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023년 5월18일(현지시각) 서호주 애로우스미스 지역에 수소 플랜트를 개발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고 스테판 갈드 인피니트그린에너지 최고경영자(왼쪽), 로저 쿡 서호주 부지사(가운데)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피니트그린에너지>


1일(현지시각) 비즈니스뉴스, 리뉴이코노미 등 호주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호주 지역개발평가위원회는 최근 삼성물산이 참여한 노샘 그린수소 플랜트 사업의 승인을 거부했다.

서호주 지역개발평가위원회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력의 50% 이상이 기존 전력망에서 투입된다는 사실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그린수소 프로젝트 사업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호주 지역개발평가위원회는 “이번 여름에 노샘 주민들이 수많은 전력망 고장을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사업은 토지 용도 변경을 허가할 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노샘 그린수소 플랜트 사업은 서호주 노샘 지역에서 개발되고 있는 11M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활용해 하루 최대 4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해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사업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호주 그린수소 사업에 제동이 걸리기는 했으나 불안한 전력망, 높은 석탄발전 비중 등 현지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이 규제 위험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주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박 등 기상 악화로 인한 전력망 사고, 석탄 발전소 노후화에 따른 전력 공급량 악화 등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다.

호주방송공사(ABC)의 보도에 따르면 서호주 지역은 2024년 1월 극심한 폭풍으로 인해 송전탑이 무너지는 등이 사고가 발생해 오랜 정전에 시달릴 정도로 기상 악화로 인한 전력망 사고가 심각하다.

여기에 호주 전력시장 운영사 AEMO는 지난해 12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 초안을 통해 화력발전소의 예정보다 빠른 퇴출로 호주의 전력 공급망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호주는 아직 전력 생산의 60%를 석탄화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노후화도 심각해 전력 공급량은 매해 줄고 있다.

이에 호주 정부는 2022년 전력 공급 문제의 해결책으로 2030년까지 호주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을 82%까지 상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24시간 전력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상 석탄화력발전소를 완벽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더 큰 용량의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필요하다.

AEMO는 이러한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 사업이 승인 절차, 비용 압력, 사회적 문제, 인력 부족 등으로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AEMO는 “충분한 발전 용량과 송전망이 갖춰지기 전에 노후화된 석탄 화력 발전소가 사라지면서 심각한 전력난에 빠질 실질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호주 지역개발평가위원회가 삼성물산의 그린수소 플랜트 사업에서 문제 삼은 부분이 기존 전력망 사용, 재생에너지 100% 사용인 점 등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이 서호주 지역개발평가위원회와 합의점을 찾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승인 거부로 마치 삼성물산의 모든 호주 그린수소 사업이 좌초된 것처럼 돼 있는데 실제로는 방식의 차이가 나타난 정도”라며 “삼성물산은 앞으로도 호주 그린수소 사업을 위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해외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사업승인 거절, 정치권의 반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물산 그린수소 사업 앞에 난관, 오세철 해외당국 규제 리스크 넘어서나

▲ 삼성물산이 준공한 캐나다 온타리오 발전단지의 모습.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2011년에 캐나다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2011년 10월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정부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진보보수당은 집권당인 자유당 정부가 삼성물산과 추진하던 70억 달러 규모의 온타리오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건설 및 운영 프로젝트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팀 후닥 진보보수당 대표는 2011년 5월1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온타리오주 전력 회의에서 “나는 공정하고 경쟁적이며 투명한 과정을 통해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진보보수당이 집권하면 삼성과 거래를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진보보수당의 계약 종료 발언으로 위기에 처했던 삼성물산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2011년 10월6일 선거에서 자유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불안 요소를 해결했다.
 
삼성물산은 좌초 위기를 넘기고 2018년 온타리오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계획대로 준공했다.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 신재생발전단지는 매년 300~400억 원 수준의 운영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