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안갯속으로, 의결권 자문사 의견까지 제각각

▲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다툼이 안갯속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결정지을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까지도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서다.
 
20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 그리고 한국ESG기준원 모두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이사 선임을 놓고 모두 11건의 안건이 상정된 상태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안갯속으로, 의결권 자문사 의견까지 제각각

▲ 20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한미사이언스 주총 의안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갈렸다. 사진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한미사이언스 정관에 따라 이사회는 최대 10명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기존 이사 4명의 임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최대 6명을 새로 선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측의 인물로 △사내이사 임주현 △사내이사 이우현 △기타비상무이사 최인영 △사외이사 박경진 △사외이사 서정모 △사외이사 김하일 등 6명이 각각 의안으로 상정됐다.

OCI그룹과 통합을 반대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은 주주제안을 통해 △사내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 △사외이사 사봉관 등 5명을 안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송영숙 회장측과 임종윤 사장측의 우호지분이 엇비슷하다는 점에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국민연금에 이어 소액주주들의 1표까지도 중요한 상황이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기준으로 송영숙 회장측의 우호지분은 가현문화재단(5.06%)과 임성기재단(3.10%)을 포함해 32.95%다.

같은 기간 임종윤 사장측 우호지분은 25.81%로 양측의 지분율은 7.14%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 사이에 의결권 기준으로 지분율 차이가 크지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52%)과 국민연금(6.76%)의 의견에 따라 임종윤 사장측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 둘 사이의 지분율은 송영숙 회장 측이 35%, 임종윤 사장 측이 28.4%로 격차를 좁힌 상태다.

하지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까지 한미사이언스 주총 의안에 대한 의견이 갈리면서 승부를 쉽사리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글래스루이스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측의 안건에 모두 찬성을,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주주제안에는 반대의견 권고했다.

반면 한국ESG기준원은 송영숙 회장측 안건에 대해 불행사를 권고하고 임종윤 사장측의 안건에는 4건의 찬성과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1건에 대해서만 반대 의견을 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반이 확연히 갈렸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중립적 입장을 내놨다.

ISS는 OCI 주총과는 달리 송영숙 회장측이 제시한 이사 가운데 사내이사에서는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사외이사에서는 박경진 김하일 등 3명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안갯속으로, 의결권 자문사 의견까지 제각각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나머지 사내이사 임주현과 기타비상무이사 최인영, 사외이사 서정모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임종윤 사장측 안건에 대해서도 ISS는 사내이사로는 임종윤 사장을, 사외이사로 사봉관 변호사 등 2명만 찬성했고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사실상 중립적 입장을 취한 셈이다.

만약 ISS가 제시한 대로 이사가 선임된다면 10명의 이사 가운데 송영숙 회장측 인물이 7명까지 늘어나면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물론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한미사이언스와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견을 최종 결정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결권 자문사 권고 내용도 일부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종윤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결과가 주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종윤 사장은 1월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게 되면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들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모자의 난’으로 불리는 송영숙 회장측과 임종윤 사장측의 갈등은 OCI그룹과 통합 결정으로 불거졌다. 

앞서 한미사이언스가 1월12일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인수를 통해 공동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반대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후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특수관계를 해소하면서 주총에 앞서 표대결을 예고한 바 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