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올해 12년 연속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9개국 가운데 29위로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유리천장 지수는 이코노미스트가 해마다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종합해 발표하고 있다.
 
보수적 제약업계 여전한 유리천장, 전문성 앞세워 도약하는 여성 CEO 누구?

▲ 김미연 한독 총괄사장이 올해 임기 1년째로 수익성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1000대 기업 중 여성 대표이사는 4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00대 기업 전체 대표이사 가운데 2.9% 수준에 그친다.

물론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5%포인트 확대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보수적이라는 제약업계에서도 최근 여성 CEO들이 발탁되면서 여풍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너일가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그룹을 이끌고 있는 송영숙 회장과 보령을 이끌고 있는 김은선 회장은 모두 오너일가로 최대주주다.

그나마 최근 제약업계에서도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늘어나고 임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C레벨 임원은 적은 수준이다.

더욱이 제약업계 특성상 전문성이 중요한 만큼 이런 열악한 국내 상황을 이겨낸 올해 제약업계 여성 CEO들에 관심이 모인다.

8일 비즈니스포스트는 여성의 날을 맞아 제약업계 여성 CEO들의 경영 전략을 살펴봤다.

◆ 창립 70주년 맞은 한독, 화이자 출신 김미연 헬스케어로 올해 반등 노려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하는 김미연 한독 사장이 꼽힌다.
 
김 사장은 2023년 7월 한독 사업부문 총괄직으로 발탁된 외부 출신 인사다.

물론 한독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 제약업계에서는 여성 임원 비율이 42%로 가장 높은 곳이지만 한독이 최근 성장이 정체됐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한독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227억 원, 영업이익 12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87%, 영업이익은 55.85% 감소했다.

그나마 2018년 이후 2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절반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김 사장으로서는 올해 당장 수익성 개선을 통해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외국계 제약사에서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 전반뿐 아니라 약가 및 급여 적용, 조직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김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김 사장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 학사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화이자에서 전략기획 매니저,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매니저를 거쳐 EP(Established Product) 사업부문 총괄로 업무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미국 화이자 본사 EP 사업부 부사장으로 미국 내 브랜드를 총괄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한국노바티스 심혈관대사질환 비즈니스 총괄, 한국알콘 대표를 역임했으며 최근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의 통합법인 제뉴원사이언스 CEO로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과 지속가능경영 강화를 이끌었다.

김 사장으로서는 올해 전문의약품 라인업 확대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담도암 치료제 글로벌 임상 2·3상 시험계획서를 승인받아 진행하고 있다. 

◆ 제약업계 원조 '여풍' 함은경, JW생명과학 대표이사 유력 그룹서 신사업 전문가 평가 

함은경 JW메디칼 대표이사가 올해는 JW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 제약업계 여전한 유리천장, 전문성 앞세워 도약하는 여성 CEO 누구?

▲ 함은경 JW생명과학 대표이사 내정자. 


JW생명과학은 2월6일 이사회를 열고 함은경 JW메디칼 대표를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해당 안건이 3월27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이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대표이사인 차성남 JW생명과학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사실상 함 대표로 교체되는 수순인 셈이다.

함 대표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대표적 제약업계 ‘여풍’으로 꼽힌다. 

물론 함 대표가 제약업계 첫 여성 CEO는 아니였지만 함 대표가 처음 JW그룹 계열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로 발탁될 당시 언론에서 제약업계 여풍이 시작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당시 함 대표는 조정열 한독 대표이사와 함께 여성 CEO로 발탁되면서 대형 국내 제약사가 여성 CEO를 선임한 첫 사례로 꼽힌다. 

함 대표는 JW중외제약에 입사해 30년 동안 일하면서 연구개발분야와 전략기획 등의 분야를 두루 거쳤다.

그는 서울대학교 제약학과를 졸업해 JW중외제약으로 입사하고 2014년 JW홀딩스 경영기획실장으로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18년에는 JW그룹에서도 처음으로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2020년 영상진단기기 계열사인 JW메디칼 대표이사에서 올해 JW생명과학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 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JW생명과학 대표가 10년 만에 교체되는 만큼 함 대표의 과제는 그만큼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JW생명과학 자회사이자 함 대표가 처음 대표이사를 맡았던 JW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공개 과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JW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말까지 기업공개를 하는 조건으로 2020년 현대차증권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으로부터 5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JW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까지 혁신의료기기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기업공개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모회사인 JW생명과학으로서는 현대차증권이 보유한 JW바이오사이언스 주식 풋옵션 행사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대차증권이 보유한 지분은 6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제약업계 보기 드문 장수 CEO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올해 기술수출 목표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대표이사는 팜젠사이언스 연구개발 총괄로 5년째 팜젠사이언스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다.
 
보수적 제약업계 여전한 유리천장, 전문성 앞세워 도약하는 여성 CEO 누구?

▲ 김혜연 팜젠사이언스 대표이사.


김 대표는 2019년 팜젠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올해 5년째 임기를 맡고 있는데 여성 전문경영인으로는 드문 ‘장수 CEO’다.

특히 2021년 바이오신약본부를 신설한 이후 올해 본격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본임상이 시작되면서 김 대표로서는 개발 과정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된 셈이다.

이미 팜젠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송릿다 부사장을 글로벌 연구개발 센터장으로 선임하면서 신약개발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글로벌 연구개발은 신약 후보물질 이외에도 자가면역질환, 퇴행성질환, 통증 분야 등 고령화 및 글로벌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분야를 연구하는 곳으로 신약 연구소와 일반 연구소를 통합한 곳이다.
현재 임상에 들어가는 대표적 신약 후보물질은 소화기계통이 꼽힌다. 이를 통해 2030년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팜젠사이언스가 아직까지 자체 신약이 없지만 올해 임상을 진행하며 신약 1호를 통해 2030년 매출 8천억 원 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팜젠사이언스는 2023년 매출 약 2천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는데 7년 안에 이를 4배 이상 키우겠다는 것이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