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근친혼 범위 축소 반대’ 성균관장 최종수 “전통과 민족 우수성 지켜야”

▲ 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최종수 성균관장을 만나 ‘근친혼범위를 축소해선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의 훌륭한 전통 문화와 민족적 우수성은 지켜나가야 합니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근친혼 금지 범위 축소' 검토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근친혼이 정부 연구용역보고서에 제안된 것처럼 4촌까지로 근친혼 금지 범위를 줄인다면 가정이 파괴되고 인륜이라는 전통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민법에선 △8촌 이내의 혈족 간 혼인금지(809조1항) △혼인한 경우 무효(815조2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2022년 10월27일 ‘혼인한 경우 무효(815조2호)’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혼인무효규정을 계속 적용할 수 있는 기한을 2024년 말로 정하고 법 개정을 권고했다.

이에 정부는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위탁했는데 현 교수는 근친혼 금지범위를 기존 8촌에서 6촌, 4촌으로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정부 연구용역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성균관은 가족 파괴 행위라며 반발하며 지난 2월27일 성명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반대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최종수 관장을 만나 전통적 가족문화 유지 측면과 우리 국민의 생물학적 우수성 등 ‘근친혼범위를 축소해선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 근친혼 범위 축소 반대의 핵심논거는.

“제일 중요한 건 ‘가정의 파괴’다. 가정이 파괴되면 인륜, 즉 형제·부부 등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도리라는 우리 전통이 다 무너져 버린다. 더구나 근친혼을 하게 되면 ‘우생학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또 대다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일부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면 국론도 분열된다. 훌륭한 전통문화는 지켜나가야 한다.”
 
[인터뷰] ‘근친혼 범위 축소 반대’ 성균관장 최종수 “전통과 민족 우수성 지켜야”

▲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상임위원들이 2월28일 성균관 대강당에서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현행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하는 것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4촌이 넘어가면 사실상 남인 경우가 많지 않나.

“현대사회는 핵가족과 1인가족 사회로 세분화돼 4촌이 넘어가면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해도 혈족을 다시 찾고 정을 나누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촌으로 근친혼 범위를 좁히면 5촌 조카 딸과 결혼도 가능하다는 건데 이번 연구용역을 제안한 교수 본인도 실제 결혼을 하라면 그렇게 가까운 친척과는 결혼하지 않을 거면서 제도 개선을 운운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 외국 사례는 어떤가.

“외국에선 친족범위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는 나라도 있고 일부 국가는 3촌, 4촌까지로 혼인 범위를 설정해 둔 나라도 있긴 하다. 그러나 한국의 가족문화, 효 등 전통은 외국 석학들도 칭송하는 문화로 우리가 알릴 생각을 해야지 외국의 ‘못된’ 전통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해외 입법례를 보면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며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인정한다.

- 유교 전통을 말하기에는 지금 시대가 많이 변하지 않았나.

“500여 년 동안 유교전통을 이어오며 이것이 우리 가족문화, 전통문화로 정착돼 있다. 조선 후기에 기독교 문화 등 외래 문물이 들어오긴 했지만 한국에 내려오는 전통문화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종교로만 믿고 있다. 우리의 훌륭한 전통은 지켜나가야 한다.”
 
- 근친 혼인이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 국내 한 교수 논문에 따르면 4촌 남매 부부가 혼인했을 때 선천적 농아 발생률은 7배 정도, 소두증 환자 출생확률도 훨씬 높아진다.

유럽 합스부르크가와 미국 휘태커 가문과 같이 근친혼으로 유전병이 생겨 몰락한 실제 사례도 있다. 생물학적 이상은 당장은 나타나지 않지만 2세대, 3세대로 내려가며 나타날 수 있다.”

유럽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을 통해 가문을 유지하려다 유전병을 얻어 ‘툭 튀어나온 주걱턱’으로 유명하다. 미국 휘태커 가문도 근친혼에 따른 유전병으로 자폐스펙트럼 등을 앓는 이가 많다. 

근친혼이 유전병을 유발하는 이유는 유사한 유전 정보를 가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들의 경우 유전병을 일으키는 열성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의해 희석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8촌 이내 혼인금지는 바람직한가.

“동성동본은 다 금혼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에선 그렇게 할 수 없고 8촌 이내 금지가 사회통념이 됐으니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1960년 민법으로 동성동본 사이에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 그 뒤 2005년 3월31일 민법이 개정되며 동성동본금혼 제도가 폐지되고 8촌 이내 근친혼금지제도로 전환됐다. 

- 법무부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법무부는 이 사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법무부장관이 근친혼 범위 축소 금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언명’해 주길 바란다. 성균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당 정책 추진을 저지할 것이다.”
 
[인터뷰] ‘근친혼 범위 축소 반대’ 성균관장 최종수 “전통과 민족 우수성 지켜야”

▲ 4일 배포된 성균관 측 결의문. <비즈니스포스트>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혼인 금지 축소와 관련한 법무부 연구 용역 철회를 요구하며 4일부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출근 시간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또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과 최종수 성균관장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제34대 최종수 성균관장은 2023년 4월1일부터 재임하고 있다. 임기는 3년이다. 1941년 경기 과천에서 출생했으며 과천향교 전교, 성균관 부관장, 전국향교재단이사장협의회장, 전국문화원협의회장을 지냈다. 제34대 성균관장 선거 당시 ‘유교의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