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질병과 부상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도움을 주는 상병수당 제도가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3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참가 지자체를 추가로 모집하고 정보시스템 개선에 나서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다만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예상 규모에 비해 실제 수당 지급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정식 도입 이전에 적극적 홍보를 통해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일이 과제로 떠올랐다.
 
내년 도입한다는 상병수당이 뭐지?, 정부 전국 시행 앞두고 낮은 인지도 고민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월18일부터 3월20일까지 상병수당 제도 3단계 시범 사업 정보시스템 개선 사업의 입찰을 진행한다. 사진은 2월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월29일까지 상병수당 제도 3단계 시범 사업에 추가로 참가할 지방자치단체 신청을 마무리하고 공개경쟁을 통한 선정절차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경기 부천, 경북 포항, 서울 종로구, 충남 천안, 전남 순천, 경남 창원, 대구 달서구, 경기 안양, 경기 용인, 전북 익산에 더해 추가로 네 지역을 더 선정하기로 했다.

3단계 시범사업에는 도시 지역 10곳만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됐던 1, 2단계와 달리 농어촌 지역이 새롭게 포함된다. 상병수당 지급기간도 90~120일에서 최대 150일까지 늘어난다.

유형은 근로활동 불가 기간 유형과 의료 이용일 수 유형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근로활동 불가 기간 유형 하나로 통합한다. 이에 따라 신청 뒤 수당을 받기까지의 대기 기간이 유형에 따라 3~14일로 범위가 넓었던 것이 7일로 단일화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 이용일 수 유형은 대기 기간이 3일로 짧다. 하지만 입원 등 의료 이용일 수에 한정해 수당을 지급하는 특성상 다른 유형과 비교해 평균 지급일 수가 짧다는 문제가 있었다.

1단계 상병수당 시범 사업 결과를 살펴보면 근로활동 불가 기간 유형에서 평균 21일 동안 약 97만 원의 수당이 지급된 반면 의료 이용일 수 유형을 이용한 사람은 평균 14.9일 동안 약 67만 원의 수당을 받았다.

상병수당 제도는 국민이 부상과 질병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치료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 손실분을 보전해 주는 사회보장제도다. 

신청 자격은 시범지역에 거주하는 취업자 또는 해당 지역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대한민국 국적자로 질병의 종류는 제한이 없다. 지원 금액은 하루 기준으로 2024년 최저 임금의 60%인 4만7560원이 지급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민국만이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상병수당 제도가 연방의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캘리포니아, 뉴욕 등 일부 주 정부에서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소속의 김근주 고용안정망센터 소장과 남궁주 부연구위원은 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나라경제 2021년 5월호에서 ‘상병수당제 도입은 사회보장시스템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라는 기고를 통해 상병수당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상병수당은 질병으로 인한 빈곤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상병수당 제도는 사람들이 걱정 없이 병원을 찾고 더욱 빨리 일터로 돌아오게 할 수 있으며 병이 깊어지는 것을 막아 추가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도입한다는 상병수당이 뭐지?, 정부 전국 시행 앞두고 낮은 인지도 고민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과이 2023년 7월6일 경기 안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양지사에서 열린 상병수당 2단계 시범사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는 이번 3단계 시범 사업을 마무리한 뒤 2025년부터는 상병수당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다만 상병수당 제도는 관계기관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제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상병수당 제도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수 대표 발의했으나 모두 소관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발이 묶였다.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조차 관련 법률개정에는 지원 대상, 기존 제도와의 관계, 재원 조달 방안, 질병 기준 등 운영 방안과 관련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또한 연구용역 및 시범사업 결과를 기다린 뒤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고 나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단체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들어 상병수당 제도 근거 마련 법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소 8천억 원에서 최대 1조7천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한 고민과 강구 없이 건강보험에서의 상병수당 강제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병수당 제도의 법적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에 따라 상병수당 등 여러 가지 급여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원활한 제도화를 위해서는 국회 입법과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도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박광온 의원실 관계자는 “상병수당 제도는 박 의원이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라며 “과거에 발의했던 법안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공약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상병수당 제도가 시범사업인 것을 고려해도 홍보 부족과 낮은 인지도 때문에 예산 집행률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이 1월17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병수당 예산 197억4400만 원 가운데 절반이 겨우 넘는 98억8100만 원만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지도를 높이는 다각적 홍보를 위해 계속 노력을 하는 것과 제도 개선을 통해 최대한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트랙으로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7월 발표한 2022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보고서에서 상병수당 제도의 낮은 예산 집행률을 지적했다.

예정처는 새롭게 추진하는 시범 사업임에도 상병수당 지원 대상자의 규모와 소요 재정이 과다 추산됐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2022년에는 예산 편성상 모두 1만1936명을 지원 목표로 설정했으나 상병수당을 신청한 건수는 3856건, 실제 지급된 건수는 2924건, 지급된 상병수당은 23억7100만 원으로 지원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며 “시범 사업의 목표 대비 지급 실적 부진 문제 또한 연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22회계연도 결산 현황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77억9200만원을 상병수당 제도의 실제 집행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교부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 가운데 31.0%인 24억1400만 원을 집행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 초기로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해 상병수당 신청이 저조하고 관련 예산의 집행에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홍보 강화, 신청 절차 간소화,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 모니터링 강화 등 참여자 확대를 통해 시범사업에 적용된 모형별 정책 효과가 충분히 검증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상병수당 현장점검을 통해 시범사업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단계 시범사업 지역인 충남 천안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를 방문해 추진상황을 살피고 지역 의료계, 사용자 및 노동자 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와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시민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