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화 회장 체제의 포스코그룹에서 전임 회장 지으기와 포용 사이의 경영진 인사가 눈길을 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장 회장 내정자는 이번 첫 인사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논란의 타깃이 된 최정우 현 회장 색채를 지우고, 조직 안정과 미래성장을 위해 내부 경쟁자도 중용하는 '포용' 경영 스타일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실시한 사장단 인사와 사내외 이사 후보 추천 건 등을 종합 분석하면, 장 회장 내정자는 상당수 최 회장 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서 제외하는 등 우선 '최정우 지우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30년 만에 부회장직을 부활시켰던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그룹 내 부회장직이 다시 사라졌다. 최 회장 라인으로 꼽히는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그룹 현직 임원으로 유일하게 파이널리스트 회장 후보 6인에 포함됐던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사장)도 회장 자문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 사장은 최 회장의 임기 만료를 1년 가량 앞둔 지난해 3월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기섭 전략기획총괄(CSO) 대표이사 사장, 유병옥 친환경미래소재총괄 사장과 함께 포스코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된 최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김지용 사장 외 정기섭과 유병옥 사장은 끌어안았다. 조직 안정과 화합을 위한 장 회장 내정자의 '포용 인사'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정 사장은 이번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추천되며, 장 회장 내정자와 대표이사로서 포스코 지주회사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유 사장은 포스코홀딩스의 2차전지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다.
정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으로 입사해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다 2010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뒤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과 포스코 재무위원, 포스코 가치경영센터 국내사업관리 실장을 지낸 재무 전문가다.
2020년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22년 12월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왼쪽부터)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신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신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이시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장 회장 내정자는 회장 후보 6인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을 한성희 사장이 물러난 건설 계열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전 전 사장은 포스코그룹의 재무·전략통으로 손꼽혔던 인물이다. 2018년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 센터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최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2022년 포스코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최 회장과 함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라 그룹의 2인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전 전 사장은 2022년 초 인사에서 정기섭 사장에 자리를 물려주고 고문으로 물러났으나, 이번에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포스코홀딩스의 주력사업인 철강부문 자회사 포스코는 김학동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김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이뤘던 이시우 포스코 사장을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이 사장은 1985년 포스코 입사 후 인도 마하슈트라 법인장,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제철소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갖춘 전통 '철강맨'이다.
업계에선 이 사장도 사실상 최정우 회장 측근으로 분류한다. 그런데도 그를 중용한 것은 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호화 이사회 논란에 따른 경찰 수사 등 어수선한 내부 조직 안정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장 회장 내정자는 계열사에서 신사업을 진두 지휘해온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과 김기수 포스코 기술연구원장을 포스코홀딩스로 불러들였다. 김준형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로 선임돼 유병옥 사장과 자리를 맞바꿨고, 김기수 원장은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맡아 김지용 사장의 빈 자리를 메우게 됐다.
이는 지주사 전환 3년차를 맞아 포스코홀딩스와 사업회사 사이 소통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포스코홀딩스는 다음달 21일 정기 주총과 이사회를 열고 장 회장 내정자와 사내외이사 후보 선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