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도시정비 시장에서 보였던 ‘신중모드’를 풀고 공격 수주에 나설지 주목된다.

올해 대다수 대형 건설사는 대표이사가 자리를 지킨 데다 주택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경영 기조를 ‘안정’, ‘수익성’ 등으로 택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도시정비 빗장 풀까, ‘안정’ 기조 속 서울 핵심지역 수주전 치열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모습.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수주전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사업성이 높고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유리한 서울 핵심지역 도시정비 물량이 잇따라 나오면서 도시정비 수주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를 시작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올해 재개발, 재건축 수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사업지를 두고 대형 건설사 사이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지 주목을 받는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1월20일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 재개발사업으로 대형 건설사 도시정비 수주 마수걸이를 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가 1월27일 부산 부산진구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올해 첫 일감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예외 없이 도시정비 시장에서 입찰 빗장을 걸어 잠갔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한강변 단지로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 구역 가운데 세대수가 유일하게 2천 세대를 넘는 곳이지만 지난해 11월 진행한 입찰에서 어떤 건설사도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에 가장 오래 공을 들여온 GS건설은 사전홍보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조합으로부터 2차례 경고를 받는 등 조합 집행부와 갈등이 있었던 점이 최종 불참의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도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에 관심을 나타냈으나 결국 조합이 제시한 3.3㎡당 730만 원이라는 공사비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은 각각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수주전을 치르지 않고 단독으로 시공권을 따냈다.

여의도는 서울 재건축 시장의 핵심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며 초고층 재건축 바람이 불었던 지역이다. 과천은 ‘준강남권’으로 여겨지는 데다 과천주공10단지는 과천 일대 주공아파트 단지 12곳 가운데 마지막 재건축사업장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쟁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도 지난해 말 2차 입찰까지는 참여 건설사가 없을 만큼 시장 분위기는 소극적이었다.

이는 낮은 공사비, 조합과의 갈등, 부동산 시장 자금경색 등이 사업장, 기업별로 영향을 미친 데다 기본적으로 주택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2489세대로 지난해 11월보다 7.9% 증가했는데 수도권만 보더라도 1만31세대로 같은 기간 43.3%나 늘어났다. 악성재고로 여겨지는 준공후미분양물량은 지난해 12월 1만857세대로 2021년 1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많이 집계되기도 했다.

올해도 대형 건설사들은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각 사들의 대표이사가 유지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등 올해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말 인사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다른 건설사들의 대표들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고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홍역을 치른 GS건설이 오너경영인인 허윤홍 사장 체제로 변화한 정도다.

이들이 저마다 양호한 경영성과를 낸 이유도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택사업 역시 선별 수주 전략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올들어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지난해 유찰을 딛고 대형 건설사 사이 경쟁을 통해 시공사가 선정된 것처럼 건설사들이 수주전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강남권 및 한강변을 중심으로 도시정비 단지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유인이 많은 우량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 등 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이 물밑 작업을 벌여온 곳들을 시작으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 재건축사업 6개 구역 등 대어급 사업장이 줄지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도시정비 사업지들은 미분양 우려에서 멀고 일반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곳들이다. 또 랜드마크 단지를 건설해 건설사들이 주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절차에 위법사항이 있다고 보고 시정조치를 내려 사업진행이 지연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 통과로 최고 56층, 992세대 규모의 복합단지로 재건축되는 것이 확정되면서 이르면 2월부터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내세워 수주전을 예고하고 있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도 최근 새 조합장을 선출하며 다시 제 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조합은 15일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노량진1구역에서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부산 촉진2-1구역에 이어 곧바로 맞대결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합과 갈등을 빚어온 GS건설도 정당한 경쟁환경이 조성되면 수주전에 뛰어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건설사 도시정비 빗장 풀까, ‘안정’ 기조 속 서울 핵심지역 수주전 치열

▲ 압구정아파트지구 내 특별계획구역. <서울시>


압구정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말 정비계획 변경안을 가장 먼저 제출한 2구역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나온다.

올해 대형 건설사들이 안정적 일감으로 꼽히는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대부분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있는 점도 수주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조6112억 원을 수주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를 지킨 현대건설과 4조5988억 원의 자체 신기록을 세웠던 2위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최소 지난해만큼의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2조 원에 못 미쳤던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2조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각각 5173억 원과 1794억 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던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도 조 단위의 수주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도시정비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올해 주요 재개발, 재건축사업지들에 공을 들여온 건설사들은 해당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