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절대 반대’하던 태도에서 돌아서 ‘3년 유예’ 방안을 꺼내 들면서 여야 합의를 향한 길이 열렸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현실화해 아파트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유발된 전세대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이목이 끌린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두고 오랜 대치에서 벗어나 합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며 “이제라도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주택시장의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가능성이 엿보이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과는 달리 원칙과 현실의 적합성을 모두 고려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과 달라진 기조를 숨기지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는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이 최초 입주 가능 시점으로부터 2~5년 동안 직접 거주하도록 한 규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갭투자(전세 임대를 고려한 아파트 매수)’를 차단하고 실거주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됐다.
민주당은 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거래 의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셋값이 27주째 오르며 전세대란 낌새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2024년 1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비교해 0.02% 오르며 27주 동안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7월24일 87.0에서 2024년 1월22일 88.8까지 반 년 사이 1.8포인트 올랐다.
1월 넷째주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05%, 0.07%의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지역과 강북지역 모두 각각 0.06%, 0.09%의 상승률로 전국 전셋값 상승률보다 높았다.
전세 매물의 기반이 되는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도 전세대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2024년 민영아파트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268개 사업장에서 26만5439가구가 올해 분양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 동안의 평균 분양계획 35만5524가구와 비교해 75% 수준이다.
2023년 민영아파트 분양계획(25만8003가구)와 실제 분양실적(18만5261가구)가 차이가 났던 것을 생각하면 2024년 실제 분양 실적은 26만5439가구보다 적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72개 단지, 4만8천 가구의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약속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민주당이 막아서는 모양새가 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읽힌다.
당장 593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는 올해 2월부터 입주가 진행된다. 서울 강동구 ‘강동 헤리티지 자이’(1299가구)도 입주예정날짜가 올해 6월이다.
여기에 올 11월로 입주예정 시기를 당겨잡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도 있다. 86개 동 1만2032세대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대단지 아파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청약 흥행을 못한 둔촌주공 살리기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 아니냔 비판이 나왔다. 평균계약률 60%대에 그쳤던 둔촌주공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완판에 성공했다.
문제는 전매제한 규제 완화와 달리 실거주 의무 폐지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며 커졌다.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지 않으면 전매제한을 완화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국회에서 조속히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 줄것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서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1년이 넘도록 국회를 통과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실거주 의무 폐지 약속을 믿고 전셋값으로 잔금을 치를 것을 감안해 둔촌주공 청약에 뛰어든 수분양자들은 84㎡ 일반분양 기준으로 잔금 4억 원(일반분양 평균가 12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수분양자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와 정의당은 민주당의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갭투자를 시도하는 부동산 투기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9일 논평을 통해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의 폐지 또는 그 시행을 유예하면 투기 세력들의 가세로 청약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청약 당첨의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양당은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권이 투기 조장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민생’ 정책으로 포장해 국민을 속이며 남발해 온 결과 우리 사회의 주거 안정성이 훼손되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또는 3년 유예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또한 3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실거주 의무가 폐지·유예되면 강남 3구와 용산구와 같이 투기수요가 높은 지역의 집값이 뛰고 갭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전세 사기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며 “양당은 갭투기 조장법 말고 갭투기 피해자를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부터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김홍준 기자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현실화해 아파트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유발된 전세대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이목이 끌린다.
▲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두고 오랜 대치에서 벗어나 합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며 “이제라도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주택시장의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가능성이 엿보이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과는 달리 원칙과 현실의 적합성을 모두 고려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과 달라진 기조를 숨기지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는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이 최초 입주 가능 시점으로부터 2~5년 동안 직접 거주하도록 한 규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갭투자(전세 임대를 고려한 아파트 매수)’를 차단하고 실거주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됐다.
민주당은 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거래 의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셋값이 27주째 오르며 전세대란 낌새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2024년 1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와 비교해 0.02% 오르며 27주 동안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7월24일 87.0에서 2024년 1월22일 88.8까지 반 년 사이 1.8포인트 올랐다.
1월 넷째주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05%, 0.07%의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지역과 강북지역 모두 각각 0.06%, 0.09%의 상승률로 전국 전셋값 상승률보다 높았다.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 매물의 기반이 되는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도 전세대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2024년 민영아파트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268개 사업장에서 26만5439가구가 올해 분양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 동안의 평균 분양계획 35만5524가구와 비교해 75% 수준이다.
2023년 민영아파트 분양계획(25만8003가구)와 실제 분양실적(18만5261가구)가 차이가 났던 것을 생각하면 2024년 실제 분양 실적은 26만5439가구보다 적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72개 단지, 4만8천 가구의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약속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민주당이 막아서는 모양새가 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읽힌다.
당장 593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는 올해 2월부터 입주가 진행된다. 서울 강동구 ‘강동 헤리티지 자이’(1299가구)도 입주예정날짜가 올해 6월이다.
여기에 올 11월로 입주예정 시기를 당겨잡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도 있다. 86개 동 1만2032세대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대단지 아파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청약 흥행을 못한 둔촌주공 살리기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 아니냔 비판이 나왔다. 평균계약률 60%대에 그쳤던 둔촌주공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완판에 성공했다.
문제는 전매제한 규제 완화와 달리 실거주 의무 폐지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며 커졌다.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지 않으면 전매제한을 완화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국회에서 조속히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 줄것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서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1년이 넘도록 국회를 통과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실거주 의무 폐지 약속을 믿고 전셋값으로 잔금을 치를 것을 감안해 둔촌주공 청약에 뛰어든 수분양자들은 84㎡ 일반분양 기준으로 잔금 4억 원(일반분양 평균가 12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수분양자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와 정의당은 민주당의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갭투자를 시도하는 부동산 투기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9일 논평을 통해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의 폐지 또는 그 시행을 유예하면 투기 세력들의 가세로 청약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청약 당첨의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양당은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권이 투기 조장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민생’ 정책으로 포장해 국민을 속이며 남발해 온 결과 우리 사회의 주거 안정성이 훼손되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또는 3년 유예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또한 3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실거주 의무가 폐지·유예되면 강남 3구와 용산구와 같이 투기수요가 높은 지역의 집값이 뛰고 갭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전세 사기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며 “양당은 갭투기 조장법 말고 갭투기 피해자를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부터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