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의 안전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올해 들어서만 노동자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권혁웅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화그룹에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작업을 맡은 뒤, 한화오션 첫 수장에 오른 만큼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올해만 ‘사망 2명’ 발생해 안전관리 도마, 권혁웅 안전대책 발등에 불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


26일 경남 노동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잇달아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회사 측의 안전 점검 체계에 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없는 세상 만들기 경남본부 등은 이날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 통영지청은 한화오션에 대한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모든 사업장의 안전보건시스템을 포함한 특별 근로감독을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에 대해 한화오션의 실질적 경영책임자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 노동계가 한화오션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며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올해 두 차례나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24일 거제사업장에서 30대 노동자 A씨가 선체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잠수 작업을 하던 중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한화오션은 25일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중대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 보건교육을 위해 거제사업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노조 측은 한화오션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허술해 사고가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실제 작업자와 서류상 작업자 명단이 다른 데다,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1인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연락 체계와 무선통신기가 없었고, 잠수 작업에 대한 안전작업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작업자가 작업 시작 전 보조산소 탱크를 착용했는지에 관한 점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전에 사망사고 발생한지 불과 12일 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제사업장에서는 지난 12일에도 선박 방향타 제조공장에서 작업 중 폭발 사고가 일어나 20대 노동자 B씨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잇따른 사망사고에 한화오션은 난처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노동계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한 뒤 안전보건이 더 후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2022년 이후 매년 300억~600억 원 규모의 안전보건 관련 금액을 추가로 집행해 안전보건시스템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안전보건과 환경 관련 업무 인원도 지속 증원 중”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사망사고가 거듭 발생한 만큼 회사 측 해명은 궁색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권 부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따라 직접적으로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한화오션 올해만 ‘사망 2명’ 발생해 안전관리 도마, 권혁웅 안전대책 발등에 불

▲ 전국금속노동조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없는 세상 만들기 경남본부 관계자들이 26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경영책임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이거나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관리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조선업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적용해 경영진에게 제재가 가해진 사례가 여럿 있다. 경쟁사에서는 대표이사가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권혁웅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오션 인수합병을 매듭지은 뒤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실적도 점차 개선되고 방산과 친환경 선박 분야 수주 성과도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경쟁사와 비교해 아직 반 걸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수주 실적을 보면 대형 조선3사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만 연간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치의 87%를 달성했다. 

반면 한화오션의 지난해 수주 목표 달성률은 50%대였다. 

권 부회장은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안전대책을 마련해 사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당장에 한화오션의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하는 사례로 거론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노동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화오션의 사망사고를 거론하며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미루는 동안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중대재해로 희생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더 이상 경영계의 주장만을 되풀이해 현장 혼란을 부추기지 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