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개정에 여당-기업 야당-노동 입장 반영 '팽팽', 극적 타결 가능할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열리는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으나 기업을 대변하는 국민의힘과 노동계를 대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유예 조항을 담은 개정안의 처리 합의에 끝내 이르지 못했다. 

이대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는 이 사안을 총선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시행 뒤라도 이른 시간 안에 극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50인 미만(5~49인) 중소사업장에 적용을 추가 유예하는 중대재해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자 정부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입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 및 영세기업 지원 조치 강구를 지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25일 국회에서 “이제 2024년 1월27일 중대재해법이 전면 시행될 예정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장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며 “입법이 좌절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7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지금까지와 같이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며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기업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충분한 재해예방 노력을 하였는지를 면밀히 살펴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정부에 제시한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유예를 위한 중대재해법 처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여당과 야당 사이에 극적 합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불씨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월1일 본회의에 여야간 극적 합의가 이뤄지면 27일부터 법 시행 엿새 동안 일선 현장에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다만 개정안이 처리되면 다시 법 적용이 유예되며 노동 현장에 안전 조치가 추가될 수 있다.

하지만 엿새 사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고사망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이후 발생하는 사망재해는 법 적용이 안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의사결정을 늦춘 민주당도 노동·경영계로부터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산업재해 현황분석을 보면 2022년 집계 기준 업무상 사고사망자는 874명이고 이 가운데 85%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83만 7천개 5~49명 사업장이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다. 50명 이상 사업장보다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데다 사업체 숫자도 많은 셈이다.
 
중대재해법 개정에 여당-기업 야당-노동 입장 반영 '팽팽', 극적 타결 가능할까

▲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했을 때만 해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와 관련해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정부와 여당이 민주당이 제시한 요구사항을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법안 유예와 관련해 △지난 2년간 법 시행을 준비하지 않은 데 대한 정부의 사과 △향후 2년간 재해 예방 준비를 위한 계획과 예산 △2년 뒤에는 반드시 법을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약속 등 3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와 ‘산업재해예방 예산 2조 원 확보’ 등의 추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가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 주도로 설립을 추진했지만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던 사안이라며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 산업안전보건청이 설치되는 대신 대신 2021년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승격돼 인력·업무가 확대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가 주요 지지층인 경영계에서 원하는 사안이어서 민주당의 추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23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재해법 유예를 촉구한 데 이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역시 24일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나 유예 법안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민주당도 원하는 걸 받아주면 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여야가 만나 합의한다면 극적으로 통과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지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다시 한 번 유예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추가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민주당 역시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청 안을 받아들일 경우에 논의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합의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2월1일 본회의 전까지 여야가 극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대재해법은 올해 총선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재해법 개정에 여당-기업 야당-노동 입장 반영 '팽팽', 극적 타결 가능할까

▲ 민주노총과 생명안전행동, 정의당이 24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 긴급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기업·경영계 등 보수층의 불안감을 자극해 지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에서는 노동계 보호 명분을 내세워 총선에 임할 것을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등한 기준으로 적용받게 되면 고용된 ‘서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고 바라봤다.

한 위원장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그 격차를 해소하고 보완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소규모 사업장까지 적용하는 것은 정치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격차 해소를 여러 번 말씀드린 바 있다”며 총선에서 해당 사안을 주요 아젠다로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안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2년 동안 유예됐으나 오는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