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정당 사이 연합에 물꼬 트여, 보수-진보 다 담는 '빅텐트' 세워질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합당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출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합당을 발표하면서 제3지대 정당 사이에 연합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민주당 비명계 당내 조직이었던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들이 창당하려는 미래대연합과의 합당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제3지대 정당 사이에 보수와 진보 정파를 아우르는 '빅텐트(Big Tent)' 형성이 현실화할 지를 놓고 눈길이 쏠린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에 이어 이번 주 안으로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도 조만간 합당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지며 제3지대 신당 사이 지형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김종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새로운미래와 통합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단 공동 창당의 방법이 있고 각각 창당한 뒤에 합당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래대연합과 개혁신당의 연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8부 능선 이상 얘기가 진척되는 등 서로 물밑으로 많은 협의가 이뤄졌다"며 "가능성을 서로 확인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전체 합치는 건 당장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지면 아마 둘(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이 합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전체가 함께 빅텐트 합당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딱 결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까지 아우르는 통합정당을 모색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이르면 이번 주 내에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부터 통합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제3지대 통합을 위해서라면 당명·대표·공천까지도 양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2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진행자가 ‘(통합을 위해서라면)  당 이름, 당대표 자리, 혹은 다 공천까지도 다 포기할 수 있나’고 질문하자 “저는 그렇다”라며 나머지 2명의 의원(김종민, 조응천)들 역시 그렇다고 대답했다. 

미래대연합에서는 보수와 진보 각각 하나의 세력을 형성한 뒤 ‘빅텐트’를 꾸릴 시점을 2월 하순에서 3월초로 제시했다. 김종민 위원장는 “양쪽에 신당이 2개가 생긴 다음에 합당하는 형태는 2월 하순이나 3월 초가 데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정당 사이 연합에 물꼬 트여, 보수-진보 다 담는 '빅텐트' 세워질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개혁신당을 위주로 한 보수세력과 미래대연합-새로운미래를 위주로 한 진보세력과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의 역할이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위원장의 이번 총선에서 역할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했다. 이 대표는 19일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서 이 위원장을 향해 “저라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 간다. 굉장히 상징성 있는 움직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낙연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번복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낙연 위원장을 놓고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분이고 누가 봐도 이제 정치에 있어서 도전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 지금 시점에 도전하지 않으신다고 하면 저도 그렇고 많은 국민도 그렇고 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저는 도전하는 모양새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원욱 위원장과 김종민 위원장은 이낙연 위원장이 광주에 출마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원욱 위원장은 19일 TV조선 유튜브에서 이낙연 위원장이 광주에 출마해 광주 민심을 확 바꿔주는 데 역할을 해주길 요청했다. 

이낙연 위원장도 계속된 출마 요구에 21일 ‘호남 민생투어’ 뒤 기자들을 만나 “저희 동지들이 충정으로 저에게 출마를 요구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요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정도로 말씀드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회의원을 사퇴하면서 국민께 약속해 드렸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그런 처지에 다시 출마한다는 것은 명분이 서질 않는다”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위원장에게 출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것에는 함께할 이유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대표가 이념적으로 반대되는 스펙트럼과 연합하기 위해선 호남 지지세 마련이라는 정치적 이득이 필요한 데 이낙연 위원장이 총선 출마로 전면에서 이를 위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굳이 합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과 이낙연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진보 세력이 공천 국면에 접어들었을 땐 주도권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이때 ‘실(失)’이 ‘득(得)’보다 많으면 굳이 합당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준석 대표가 20일 창당대회 당일 ‘느슨한 연대’ 구상 등 3가지 종류의 연대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각 당이 지역구를 분배해 후보를 내는 방안 △지역구는 단일기호로 출마하되 비례대표는 당별로 선정하는 방안 △국민의 열망이 있을 경우 완전한 합당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이 대표 역시 이번 선거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향후 정치적 행보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 자명해 ‘빅텐트’를 통한 완전한 합당에 확실하게 선을 그을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제3지대가 통합 단일 정당으로 나설 때 가장 승산이 높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뿔뿔이 각자도생해서는 정치적인 성공을 거두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며 “통합을 전제로 하면 50석에서 60석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선택’ 역시 제3지대에서 다른 세력들과의 연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선택과 개혁신당의 합당 전망은 현재까지 밝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선택이 주장한 여성 징병제가 ‘비현실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류호정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 거취 문제와 관련하여 구질구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정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며 새로운선택 창당을 위한 활동을 펼친 것을 놓고 날을 세운 것이다.

새로운선택은 17일 신년 간담회에서 제3지대에 단일 정당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이준석 대표가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제공되는 지하철 무상이용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연간 12만 원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새로운선택은 법정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 상향하는 대신 노인 무임승차 복지를 지방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정책 기조에서도 차이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