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호전’ K조선 3사 새해 잇단 노동자 사망,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 ‘촉각’

▲ 16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들이 한화오션의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형 조선3사가 모두 새해 벽두부터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도마에 올랐다.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조선사들은 사고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경영 리스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조선 분야 노동계에 따르면 대형 조선3사는 최근 발생한 하청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 벌어진 사망사고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협력업체 60대 노동자 A씨의 추락사고다.  

A씨는 18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용접 작업을 하기 위해 선박 내부 계단을 이용하던 중 아래로 굴러 떨어져 숨졌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사고 현장의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거제조선소에서는 19일 오전 8시부터 4시간 동안 조업이 중단됐고 중대 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한 뒤 조업을 재개했다. 

한화오션에서는 이달 12일 거제사업장 내 선박 방향타 제조공장에서 작업 중 폭발사고가 일어나 협력업체 20대 직원 B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거제사업장도 15일 조업을 중단한 뒤 16일 조업이 재개됐다. 사고가 발생한 선박 방향타 제조공장은 작업중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지난달 20일 하청 노동자 40대 C씨가 2독 탱크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노조 측은 C씨가 외상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아르곤 가스 누출에 따른 질식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르곤 가스가 누출된 상태에서 바닥에 엎드린다면 산소결핍으로 순간적으로 기절해 질식사에 이를 수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선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등을 통한 사고 원인 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 측은 사고 진상조사를 위해 노력하고 조사와 관련한 유족 요청에도 적극 협조키로 했다.
 
‘업황 호전’ K조선 3사 새해 잇단 노동자 사망,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 ‘촉각’

▲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들이 2023년 12월28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정모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사업장 내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을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대형 조선3사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원·하청 관계나 노사 관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조업상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만큼 파장이 사법적 리스크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대형 조선3사는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둔 채 실적도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저가 수주분을 거의 털어내고 고가 일감 위주로 건조를 진행하며, 이미 지난해부터 3사 모두 분기 기준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는 대형 조선3사의 이익 규모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주 영업 못지않게 원활한 인력 수급과 차질 없는 조업, 납기 준수 등이 중요한 경영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사망사고에 따른 안전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는 직간접적 조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사업장의 전면·일부 생산중단 조치가 최근 이뤄지기도 했다. 

게다가 사망사고의 원인 규명 결과 경영진까지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이거나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관리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27일 이전에도 조선업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적용해 경영진에 제재를 가한 사례가 여럿 있다. 

각 회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에서는 산업안전보건 위반과 중대재해 관련 업무과실치사 등의 위반에 따라 임직원 8명이 제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전현직 부회장, 사장 등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전현직 부사장, 조선소장, 대표이사 등이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계는 대형 조선3사 사망사고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실질적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복수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며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작업장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