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만 배불린 '단통법' 10년 만에 폐지, 요금인하·설비투자 경쟁 불 지핀다

▲ 정부가 22일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통신3사의 경쟁 활성화로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10년 동안 이어져온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을 전면 폐지한다.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재정된 단통법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통신사들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배만 불리게 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국무조정실은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단통법은 통신사가 유통점에 차별적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으로 2014년 12월에 제정돼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단통법에 따르면 유통점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주는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추가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

단통법은 본래 불투명하게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해 국민 누구가 어느 유통 대리점을 가더라도 동일한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든 법이다.

하지만 경쟁을 할 필요성이 사라진 통신 3사가 다 같이 보조금을 줄이면서 대부분 국민은 전보다 비싼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했고,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명 ‘성지’ 등 음성적 유통이 기승을 부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반면 마케팅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통신사는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다. 2023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4조5천억 원으로 2022년보다 약 3% 많다.

단통법 폐지는 대통령실이 정부에 단통법을 포함한 제도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촉발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통법의 폐지는 뚜렷한 통신비 인하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통법이 사라지면 통신3사가 다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면서 지원금을 늘리고 요금을 할인할 것이란 논리다. 이에 따라 통신사의 마케팅비용은 다시 단통법 시행 전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입자 유치를 위해 5G 품질 상향을 위한 설비투자에도 경쟁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통법 폐지 또는 개편 방향을 단정해서 예측하기 힘드나,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변화한다면 통신사의 마케팅비와 무선 매출액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통신 유통업계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통신비가 인하되려면 단통법 개정이 아닌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통신사만 배불린 '단통법' 10년 만에 폐지, 요금인하·설비투자 경쟁 불 지핀다

▲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 인하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 국회에 제출한 추가지원금을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의 단통법 개정안을 두고 “추가지원금의 산정 모수는 통신사가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이어서 통신사가 공시지원금을 축소하면 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미해진다”며 “모든 소비자에 30%를 제공해야 하니 경쟁 활성화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 3사의 요금 경쟁이 아예 사라졌다”며 “단통법 폐지로 기업의 경쟁이 활성화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단통법이 폐지에 따른 통신비 인하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통법이 폐지되면 보조금 대란이 당장 발생할 것 같지만 지난 학습 효과가 커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선택약정요금 할인(25%) 제도는 존치될 가능성이 크고 25% 달하는 할인 폭 이상의 보조금 살포에 나설 만큼 기존 통신사들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 “시장 경쟁 활성화와 고객 선택권 확대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