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기 다른 기술을 바탕으로 투명 TV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과거 ‘8K 화질’ 논쟁에서 나아가 투명 TV 시장에서 다시 한번 기술 우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8K 화질논쟁' 맞붙은 삼성 용석우-LG 박형세, 이번엔 '투명 TV'로 한판 승부

▲ LG전자의 투명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모습과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5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투명 TV 분야의 화질과 선명도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지만, LG전자의 ‘투명 올레드(OLED)’가 상용화 시점을 훨씬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연내 투명 올레드TV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출시한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앞서 세계 최대 박람회 CES 2024에 무선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CES 2024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엔가젯으로부터 TV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최고상을 받았다.

엔가젯은 "올레드 TV도 물론 훌륭하지만 투명 올레드 TV는 정말 놀라운 제품이다"며 "다른 투명 디스플레이 제품과는 달리 고객이 구매 가능한 최초의 제품"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LG전자는 올레드 기술력을 앞세워 투명 TV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은 “세계 최초로 무선 투명 올레드 TV를 내놓아 스크린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려 한다”며 “TV 한계를 뛰어넘어 세상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4에서 투명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면서 투명 올레드와 비교해 마이크로LED의 화질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이크로LED는 올레드보다 10~100배 밝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고, 기술적 측면에서 올레드와 비교해 화면전환 속도가 1천배 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질과 화면전환 부분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이 앞서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전자는 판매 단가 현실화와 상용화 시점에서 LG전자보다 불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패널 소재에 따른 단가는 LCD-LED-미니LED-올레드-마이크로올레드-마이크로LED 순으로 비싸지는 구조다.
 
'8K 화질논쟁' 맞붙은 삼성 용석우-LG 박형세, 이번엔 '투명 TV'로 한판 승부

▲ 삼성전자 110인치형 마이크로LED TV와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모습.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LED는 올레드와 LCD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대량 양산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레드와 LCD는 큰 패널 원장(마더글라스)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만들지만 마이크로LED는 각각의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이 아직 매우 저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2021년 출시한 110인치 마이크로LED TV 가격은 1억7천만 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구조는 투명 디스플레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투명 마이크로LED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기술적 우월성을 알리고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투명 디스플레이 이전에도 과거 2019년 ‘8K TV’화질을 놓고도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당시 논쟁의 핵심을 이뤘던 임원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사업의 수장이 돼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게 됐다.

2019년 당시 8K TV 논쟁에 불을 지폈던 것은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이었다.

TV사업운영센터장 부사장을 맡고 있던 박 사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행사에서 독일 화질 인증사 VDE의 자료를 인용해 “LG전자 8K 올레드TV는 화질선명도(CM)가 90%로 나온 반면 삼성전자의 8K QLED TV는 12%로 나왔다”며 “삼성전자의 TV는 해상도 기준으로 볼 때 8K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당시 삼성전자 상무였던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도 적극적으로 반론에 나섰다.

용 사장은 박 사장이 지적한 화질선명도에 대해 오래된 기준으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평가할 때 적합한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용 사장은 “8K 화질은 화질선명도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광학적 요소와 화질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 부분에서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장의 치열한 기술 논쟁은 삼성전자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2020년 ‘8K UHD' 인증을 받으면서 잠정적으로 일단락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기술력과 사업주도권을 향한 경쟁은 투명 TV 시장 선점을 놓고 새로운 국면을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