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형모듈원자로 국회 포럼, "한국 기술이 미국 테라파워보다 더 우수"

▲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제5회 SMR 국회포럼'에서 연사를 맡아 발언하고 있는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은 놀라운 수준이다. 미국의 테라파워(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개발사)보다도 우수하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의 SMR 기술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라며 한국이 탄소중립 실천하려면 보유한 선진 원자력 발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5일 열린 ‘제5회 SMR 국회포럼’에서 학계, 산업계, 정치계의 관계자들은 SMR 생태계 구축을 정부와 기관이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는 로드 팔로잉(load following)이 20~80%까지 가능한데 미국 테라파워는 30~50%까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로드팔로잉’ 즉 부하추종이란 발전소로부터 인출되는 전력(부하)의 변동에 대응해 발전량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SMR은 대형원전보다 부하추종 수준이 높아 태양광 풍력 등 발전량 변동폭이 큰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도 “SMR은 도시에 필요한 열, 전력, 수소 3가지를 생산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에너지원”이라며 “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에너지 믹스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수원은 한국 SMR 기술을 향한 국제적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 SMR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올해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수원은 i-SMR과 그에 기반한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델(SMNC)을 선보였는데 이것이 각국으로부터 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며 “현재까지 집계한 바로는 이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2천여 건 이상의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스마트넷제로시티 모델이란 i-SMR을 핵심 전력으로 해 보조 전원으로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도시 계획을 말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형원전보다 로드 팔로잉 수준이 높은 i-SMR을 핵심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하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이번 COP28 현장에서 발표된 스마트넷제로시티 모델은 모든 참여 패널 가운데 관심도 4위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영상 연설을 통해 “이번 COP28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원자력이 마침내 탄소중립 실천의 수단으로서 공식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며 “소형모듈원자로는 향후 높은 발전량과 안전성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 소형모듈원자로 국회 포럼, "한국 기술이 미국 테라파워보다 더 우수"

▲ 현장에 비치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모형. <비즈니스포스트>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원전은 필수이고 원전을 대체전력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SMR이 필수”라며 “SMR을 향한 요구는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뉴스케일 유타주 원자로 사업 무산을 두고 SMR 업계를 향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선 반론이 제기됐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교수는 “SMR을 향해 경제성이 없다, 좌초자산이 될 것이다라는 기사가 계속 나오는데 내용을 보면 실질적으로 이를 증명하는 부분이 없다”며 “SMR이 대형원전보다 비싼 것은 맞지만 다른 에너지원들보다는 저렴한 편으로 뉴스케일 사업 중단은 SMR 자체의 문제보단 미국 경제 여건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 SMR사업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연돼 해외를 따라잡기 위해 유관 기관, 정치권, 정부의 적극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한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장은 “현재 선두주자라고 알려져 있는 기업들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가 개발 일정(2028년 표준설계 인가 획득)을 준수한다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라며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등 기관들이 협력해 해외 시장 진출을 개발서업과 인허가를 병행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협 위원장은 “지난번 국회 기후특별위원회에서도 한쪽에서는 원전을 향한 문제를 제기하고 한쪽은 재생에너지를 향해 제기했다”며 “이런 소모적 갈등, 에너지 진영논리는 내려놓고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등과 관련 사안에 여야가 협력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김 위원장 말처럼 방사능 폐기물 특별법이 통과를 못하고 있는데 우리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의장께도 서한을 직접 보냈고 앞으로 경주에 조성될 SMR 산업단지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올해 SMR 사업 관련 예산 증대를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올해 예산이 지난해 대비 8.8배 증액됐다”며 “그 외에도 선제적 규제 기반을 마련하고 SMR 사업화 기반 조성을 위해 관련 기관과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현장에서는 중소기업이 SMR 사업 참여 기반 마련과 사업단의 추진 계획과 개발 현황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5회 혁신형 SMR 국회포럼은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소형모듈원자로기술개발사업단, 한국원자력산업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후원했다. 손영호 기자
 
[현장] 소형모듈원자로 국회 포럼, "한국 기술이 미국 테라파워보다 더 우수"

▲ 제5회 혁신형 SMR 국회포럼 참석자들. 왼쪽 앞줄부터 최재형 국민의 힘 의원,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영식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석기 국민의 힘 의원, 이인선 국민의 힘 의원,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