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압구정 재건축 수주 의지 뚜렷, 5년 연속 도시정비 1위 기세 잇는다

▲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는 압구정, 반포, 한남, 성수, 여의도로 이어지는 한강변 H벨트. <현대건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이 5년 연속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지난해 12월에만 4건의 도시정비 신규수주를 추가하며 막판 순위 뒤집기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신사업을 본격화하고 해외수주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압구정 재건축사업 만큼은 놓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27일 조직개편을 단행해 도시정비영업실 아래 ‘압구정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에 시공사가 선정될 압구정 재건축사업 수주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2015년 4월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내놓으면서 서울 강남과 한강변 정비사업을 수주해 ‘H벨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에 맞춰 현대건설도 강남권 하이엔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디에이치 강남사업추진단을 꾸렸을 때 중장기적으로 압구정 재건축 수주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번 태스크포스에서 전략이 더욱 구체화 돼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H벨트는 크게 두 가지 H로 모습으로 구성된다. 

강북쪽에서는 용산~옥수~성수가 횡으로, 동호대교가 종방향으로 형성된다. 이곳과 동작역부터 강남구청쪽을 지나 압구정 현대까지 이어지는 것이 위쪽 H벨트다. 아래는 동작역부터 잠실까지 가로선을 두고 양재~일원~수서로 이어지는 아래 가로선이 그려진다. 

현대건설은 용산 디에이치한남(한남3구역) 재개발사업분 아니라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동), 디에이치 씨엘스타(노량진), 디에이치 라플루스(잠원동), 디에이치 방배(방배동), 디에이치 클래스트(반포동) 등을 따내며 H벨트를 차근차근 완성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로 이어지는 H벨트를 그리기 위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공사가 선정될 압구정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1975년 탄생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지역과 건설사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운 우리나라 첫 아파트다. 대우·한양·쌍용 등 건설사 이름이 아파트에 등장한 시기를 아파트1.0로 규정하는데 현대건설이 첫 포문을 연 셈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태스크포스 신설을 통해 압구정아파트지구 수주를 위한 입찰 이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H벨트 권역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는 총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1구역(1233세대), 2구역(1924세대), 3구역(3946세대), 4구역(1341세대), 5구역(1232세대), 6구역(672세대) 등이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2~5구역이 정비계획 수립단계에 있어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 압구정 재건축 수주 의지 뚜렷, 5년 연속 도시정비 1위 기세 잇는다

▲ 압구정아파트지구 내 특별계획구역. <서울시>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에 시공사 선정을 할 것으로 보이는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도 눈독을 들여 한남뉴타운 추가 수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12월 초 시공사 조기선정과 적정 공사비 산정 등을 위해 한미글로벌을 건설사업관리(CM)업체로 선정했다. 올해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진행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또한 현대건설은 잠시 멈춰선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압구정, 반포, 한남, 성수, 여의도로 이어지는 한강변 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전력구매계약(PPA), 해상풍력, 원전 등 신사업을 본격화하고 중동, 동남아 등 해외수주에 힘을 싣기로 했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서울 노른자 땅의 정비사업은 전력투구해 따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올해에는 지난해 적용하지 않았던 ‘디에이치’를 다시 한번 앞세워 굵직한 사업을 수주하려는 전략을 펼칠 공산이 크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4조6122억 원을 수주해 포스코이앤씨(4조5988억 원)에 130억 원가량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도시정비 신규수주 5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구체적으로는 재건축 2건(4836억 원), 재개발 5건(2조5106억 원), 리모델링 3건(1조1128억 원), 공공주택 복합사업 1건(5050억 원) 등이다. 

특히 12월에만 서울 응봉1 재건축, 경기 한가람세경 리모델링, 공작 평촌부영 리모델링, 부산 초량2구역 재개발 등 4건의 수주를 몰아쳐 1조5900억 원가량을 확보해 뒷심을 발휘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도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면서도 "압구정은 사업 범위가 넓고 지리적으로 가치가 높아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사업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태스크포스를 통해 입찰 이전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압구정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사업지를 발굴할 계획"이라며 "또한 2024년을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 해상풍력, 전력구매계약 등 신사업을 본궤도로 올리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