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M3 E-테크 하이브리드 포 올. <르노코리아>
하이브리드차 선택지가 크게 확장하는 가운데 판매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가격경쟁도 본격화할 조짐도 보인다. 그런 만큼 앞으로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계획을 세운 소비자들은 구매를 위한 최적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르노코리아자동차에 따르면 새해 첫날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확 낮춘 'XM3 E-테크 하이브리드 포 올'을 출시했다.
신형 XM3 하이브리드의 트림별 가격은 RE 포 올 2795만 원, 인스파이어 포 올 3052만 원으로 기존보다 각각 400만 원이나 낮아졌다.
르노코리아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어 브랜드 유일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격을 2천만 원대로 낮춰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2024년을 하이브리드 대중화의 해로 선언한다"며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한 층 더 높아진 요즘 추세에 맞춰 생애 첫 차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가격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1~11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8만3365대로 전년 동기보다 46%나 증가했다. 2022년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021년보다 14.3% 늘어나는 데 그친 바 있다.
반면 2023년 1~11월 전기차는 국내에서 14만9939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3.8% 뒷걸음쳤다. 2022년 전년 대비 국내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63.8%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 시장이 위축되는 데는 여전히 높게 책정된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정부의 전기차 대당 구매 보조금 축소 등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
이에 충전할 필요가 없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의 대안으로서 다시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마땅한 신차가 없어 국내에서 최악의 판매부진을 겪은 르노코리아는 신형 XM3 하이브리드와 별개로 프랑스 르노그룹, 중국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올 하반기를 목표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하이브리드차(오로라1)를 출시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부터 내놓을 친환경차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어두운 시기를 지나 태양이 떠오른다는 뜻을 담아 '오로라(로마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프로젝트'라 부른다. 내년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오로라2)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년이면 대부분 차급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보유하며 '풀라인업'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고 지난 연말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해 온 소형 SUV 셀토스도 내년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치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셀토스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면 기아는 준대형 SUV 모하비를 제외한 모든 내연기관 RV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도 2025년 출시할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2세대 풀체인지 모델(LX3)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현대차는 내년이면 위탁 생산하는 경차 캐스퍼와 신흥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베뉴를 제외한 세단 및 SUV 모든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게 된다.
▲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2025년 핵심 파워트레인 공급사 현대트랜시스를 통해 듀얼모터 방식의 차세대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병렬식 구동방식을 구현한 뒤에는 토요타와 같이 후륜 구동모터 도입 가능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차종 양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 모델들이 전륜 구동을 기본으로하는 것과 달리 제네시스 브랜드는 후륜과 4륜 구동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월 현재 국내 시판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르노코리아 XM3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면 현대차 6개 차종과 기아 6개 차종 등 12개 차종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KG모빌리티 역시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전동화 전략을 선회하고 있어 내년이면 국내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차 선택지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KG모빌리티는 2022년 7월 토레스 가솔린차를 출시할 당시만 해도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의 넉넉지 않은 형편을 고려해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펼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KG모빌리티는 지난해 8월 2025년까지 토레스 기반의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G모빌리티는 현재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 BYD그룹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아울러 2026년부터는 신차 KR10(이하 프로젝트명), O100, F100 등에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확장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KG모빌리티의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 진출은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계획을 세운 소비자들에겐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편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내연기관차로 출시된 토레스는 2천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카이런 단종 뒤 10년 동안 비어있던 KG모빌리티 중형 SUV 라인업을 채우며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모델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토레스 전기차 버전인 토레스 EVX를 출시하면서도 판매가격을 사전계약보다 200만 원가량 낮춘 4750만~4960만 원으로 최종 확정하며 출시 초기 수요 확보에 힘을 쏟았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기반의 하이브리드차 역시 낮은 가격대에 출시하며 성공적 하이브리드차 시장 진입을 노릴 공산이 커 보인다.
이는 국내 하이브리드차 가격 경쟁의 불씨를 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11월 BYD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하이브리드차를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차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곽 회장은 "BYD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토레스 EVX와 KR10, F100 등 전기차 라인업 강화와 동시에 전기차 전용플랫폼 도입, 하이브리드 제품 출시 등 회사의 제품라인업을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