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24년부터 기업집단 지정 시 내·외국인 모두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때 법인 대신 자연인을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2023년 12월28일부터 2024년 2월6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시행령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 및 절차를 정하는 ‘동일인 판단기준 확인 및 절차에 관한 지침’을 2024년 1월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 '동일인 판단지침'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2024년 시행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2월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 판단기준에 관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동일인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본격화와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 및 친족의 등장 등 동일인과 관련한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보다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동일인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및 지침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는 “특히 경제의 글로벌화가 심화돼 외국인 지배 법인이 한국에 설립되는 사례가 증가해 외국인의 동일인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일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연인 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는 일반원칙 명문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법인 등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요건 신설이다.

개정안에 따라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보되 이와 같은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특수관계인(친족 등)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돼 있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어도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공정위는 예외요건에 해당되기 위해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로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예외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에는 설령 외국인이더라도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동일인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기준 확인 및 절차에 관한 지침’에서 동일인 판단을 위한 5가지 세부기준, 동일인 변경 사유 및 시점, 동일인 확인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했다.

동일인 판단 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하여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또 동일인의 사망, 지분 매각,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에 따라 동일인을 바꿔야할 필요성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사유발생 이후 기업집단 지정 시점에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동일인 확인절차는 공정위가 기업집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기업집단 지정 전 동일인을 잠정적으로 확인·통지한다. 공정위의 동일인 확인에 대해 기업집단 측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됐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법제처 심사 등 관련 입법절차를 거쳐 2024년 상반기 안으로 신속하게 시행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