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힘 '구원투수' 한동훈, 탈당 앞둔 이준석 만나 극적 통합 이뤄낼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이 극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탈당을 시사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한 전 장관이 총선 승리를 일구려면 당내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야 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이전 지도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돌아선 이 전 대표까지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장관의 비대위원장 취임과 이 전 대표 탈당 시계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전 장관은 26일 국민의힘 전국위 표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에 정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다음날인 27일은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탈당을 예고한 날이다. 여러 차례 탈당 의지를 내비친 이 전 대표와 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 전 장관의 만남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두 사람은 만날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전 장관은 21일 장관 이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와 만남 여부를 질문받고 “당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정한 사람을 따로 생각한 적 없다”고 대답했다. 원론적 답변이지만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한 전 장관은 이임사에서 현실 상황이 ‘비상’하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잘 듣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당내 상황이 비상한 이유에는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초래할 위기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 데다 이 전 대표가 '다양한 목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만남 성사 쪽에 무게를 싣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이 전 대표 역시 한 전 장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전 장관과) 만남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피상적 대화로는 지금의 문제가 아무것도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없다”고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보수성향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신당이 출현하게 되면 국민의힘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시작부터 분명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지워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역시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 장관과 만남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다. 현재로선 현역 정치인 가운데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이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해 온 '천하용인'의 일원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진작 탈당하지 않고 기간을 정해놓은 것을 두고 극적인 타협을 위한 '공간'을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에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갈등이 고조됐으나 울산에서 극적 만남이 성사되면서 대선 승리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럿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한 장관이 적극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고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안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건다면 훨씬 넓은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 세력과도 대화하고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는 정치적 길을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21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한동훈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신속하게 서로 대화를 해 신당까지 안 갈 수도 있는 상황이 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지닌 리스크가 한 전 장관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언행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아 한 전 장관이 지닌 법치와 쇄신 등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도 이 전 대표는 JTBC 유튜브 생방송에서 아버지뻘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대상으로 욕설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욕설 논란이 일자 이 전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에게 사과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 부주의·불찰”이라며 “앞으로 더 조심히 방송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전 대표를 탈당 전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를 놓고 “아버지뻘 안 의원에게 상욕하는 패륜아가 됐다"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생양아치”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 전 의원은 “탈당이고 뭐고 탈여의도가 답이다"며 "이것이야말로 당 윤리위원회 제명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를 포용하는데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찾아갔을 때도 '미스터 린튼'이라면서 무안을 주고 스스로가 그 길을 막아버렸다"며 "더 이상 그렇게 (포용) 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개혁하고 당내에서 잘할 것을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