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탈취냐 유사 서비스냐, 왓챠 LG유플러스 상대로 '끝까지 간다'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운영 중인 ‘왓챠피디아’와 LG유플러스가 베타서비스 중인 ‘U+tv모아’가 유사하다는 논란이 터졌다. 왓챠피디아 화면(왼쪽)과 U+tv모아 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운영 중인 ‘왓챠피디아’와 LG유플러스가 베타서비스 중인 ‘U+tv모아’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왓챠는 ‘기술탈취’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비슷한 서비스’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양쪽의 주장 내용에 큰 차이가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왓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유플러스에게 법률적,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왓챠의 피해를 회복하고 대기업의 기술탈취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주요 쟁점은 LG유플러스가 왓챠의 기술을 탈취했느냐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부터 약 10개월간 왓챠와 매각 협상을 벌여 왔으나 5월 투자 계획을 돌연 파기했다. 

왓챠는 투자 유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LG유플러스가 왓챠의 핵심적인 기술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 영업비밀 등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왓챠는 ‘왓챠피디아’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 중인데 LG유플러스가 왓챠의 기술을 이용해 왓챠피디아와 꼭 닮은 ‘U+tv모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왓챠피디아는 이용자들이 영화, 드라마, 책 등에 대해 별점과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서비스다. 왓챠는 매각이 논의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왓챠피디아만큼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술탈취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왓챠는 별 5개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거나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것 등이 똑같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다른 앱들에서도 제공되는 것”이라며 “배달의민족에도 별점과 리뷰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탈취를 통해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서비스 되고 있는 다른 앱들과 비슷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왓챠는 U+tv모아에도 '보고싶어요'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왓챠피디아를 베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고싶어요’는 OTT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찜하기’, ‘담아두기’ 같은 기능이다. 넷플릭스는 '찜', 웨이브는 '관심'으로 왓챠피디아에서는 '보고싶어요'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사태가 외부에 알려지기 전만 하더라도 U+tv모아에서 ‘보고싶어요’였던 기능이 20일 ‘찜하기’로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는 U+tv모아가 오픈 베타서비스인 만큼 수정과 보완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U+tv모아는 임직원들 사내 게시판에만 서비스 시작이 공지됐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왓챠는 기술탈취 여부를 조사해 달라며 올해 10월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LG유플러스를 제소하기도 했다.
 
대기업 기술탈취냐 유사 서비스냐, 왓챠 LG유플러스 상대로 '끝까지 간다'

▲ 박태훈 왓챠 대표이사.


양측의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점은 기술 관련 사항을 서로 공유한 적이 있느냐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우리는 실사 때 왓챠의 기술과 관련된 것은 들여다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즈니스포스트가 왓챠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두 회사 사이에 기술과 관련된 정보는 오고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이메일 등으로 왓챠에게 자료 제공을 요구했고 왓챠는 LG유플러스에게 자료를 보냈다.

왓챠에 따르면 LG유플러스에게 제공한 자료들은 대내외적으로 비밀로 관리되는 자료들이고 OTT 서비스 개발 방법에 관한 자료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11월 ‘심사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심사불개시 결정이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전 심사를 거쳐 일정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심사절차를 개시하지 않는 것이다. 기술탈취 여부에 대한 심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심사불개시 결정을 한 이유는 왓챠가 주장하는 것들이 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불개시 결정을 내렸을 때는 U+tv모아 베타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이다. U+tv모아 베타서비스는 12월 오픈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요며칠 논란이 된 U+tv모아 서비스에 대해서는 기사로 접했다”며 “만약 심사불개시 결정 당시에 U+tv모아 베타서비스가 시작됐다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술유용 여부에 대해 적극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심사규정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기술유용은 정보가 부당하게 유출됐는지와 정보 유출로 인해 사업 활동이 심히 곤란해졌는지로 판단한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공정거래법상 기술유용에 대해 경고 이상 조치를 받은 사안은 0건이다.

왓챠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심사불개시 결정을 받은 후 LG유플러스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사안을 검토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인수합병과 관련된 자료를 받았고 양사에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 단계로 파악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판단이 나오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왓챠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2차 제소도 생각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왓챠가 이기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