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취약 39개국 COP28 최종합의 배제, 도서국가 "회담장 입장 전에 결정"

▲ 티나 스티지 마셜제도 기후특사가 13일(현지시각) 회담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에서 도서국가 등 기후피해 취약국가들이 배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국가의 기후특사들은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눈물로 호소했다. 

14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마셜제도, 솔로몬 군도, 니우에 등 도서국가 39개국이 최종합의에서 제외됐다. 

CNBC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각) 티나 스티지 마셜제도 기후특사는 기자회견에서 “이건 너무도 충격적인 결과”라며 “우리는 회담장 안에 있지도 않았는데 저들이 결정을 내놨다”고 말했다.

도서국가들은 COP28 주최 측으로부터 최종합의문 내용을 뒤늦게 전달받아 상호 조율이 늦어졌다.

이들이 최종합의 현장에 입장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결정이 내려진 뒤였다.

안느 람무센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협상대표는 COP28 마지막 기조연설에서 “우리(도서국들)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 당황스럽다”며 “관련 의견을 조율하다가 일정이 지체된 사이 회담장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군소도서국가연합은 국토가 저지대에 위치해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섬나라들이 기후변화에 관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이다.

이들은 13일(현지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최종합의문에는 많은 허점들이 보인다”며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 상황에서 나아진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니우에의 모나 아이누 천연자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태평양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제발 우리를 도와달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기후취약 39개국 COP28 최종합의 배제, 도서국가 "회담장 입장 전에 결정"

▲ 13일(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현장에서 최종합의 후 웃고 있는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의장(왼쪽)과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오른쪽).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는 도서국가들이 기후변화에 국가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음에도 높은 국채 비율과 이자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인구 1600여 명의 작은 나라인 나우에는 해수면 상승과 경제적 여건 등의 문제로 인접한 뉴질랜드로 이주하는 국민이 많아 국가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기후피해 취약국가와 관련한 구체적 지원책은 최종합의문에 들어가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후대책을 세우고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마련 계획은 이번 최종합의문에서 명시되지 않아 사실상 결정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로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시바 군든 그린피스 오세아니아 지역 대표는 CNBC를 통해 “이번 합의문은 내게 배신처럼 느껴진다”며 “태평양 도서 국가의 주민으로서 나는 우리를 배제하고 이처럼 빠르게 합의문을 낸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결과물조차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도, 기후 재무도, 모두 부족한 ‘나약한(feeble)’ 수준의 문서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