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배터리 '탈중국'에도 CATL-포드 협력 굳건, 규제 허점 노린다

▲ 미국 정부가 CATL 등 중국 배터리 관련업계를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CATL은 포드와 공장 건설 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CATL 독일 뮌헨 배터리공장 참고용 이미지. < CATL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밀어내기 위한 규제조치를 구체화했지만 포드와 협력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려는 CATL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CATL은 미국의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에도 ‘허점’을 노려 포드와 배터리 생산공장을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8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CATL은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규제 강화에도 여전히 미국 진출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쩡위친 CATL 회장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미국에 건설하는) 공장은 FEOC 규정에 맞춰 설계됐다”며 “앞으로 사업 계획을 실행하는 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FEOC(우려대상국가)로 지정했다. 해당 국가에서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수급 비중을 낮춰야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지원 정책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예고됐는데 이번에 세부 사항이 결정되며 배터리 공급망에서 ‘탈중국’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CATL은 특히 미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으로 중국산 원재료 수급을 통해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포드는 CATL과 기술 협력을 통해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드와 CATL의 생산 투자가 미국 정부의 FEOC 규제 강화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쩡위친 회장은 CATL이 이번 조치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포드와 CATL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이 애초부터 미국 정부 규제의 ‘허점’을 노린 행보로 분석됐던 만큼 미국 정부 규제를 여전히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포드는 CATL에 배터리 생산 기술과 관련해 협력할 뿐 합작법인 형태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CATL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또한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가 CATL의 기술을 활용할 뿐 배터리 원재료와 부품을 중국 이외 국가에서 조달한다면 미국 정부 규제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탈중국'에도 CATL-포드 협력 굳건, 규제 허점 노린다

▲ CATL의 전기차 배터리팩 홍보용 이미지. < CATL >

하지만 CATL의 미국 우회진출 전략을 두고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자신감을 언제까지 앞세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최근 미국 국방부에 공개 서한을 보내 CATL이 중국 정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CATL의 배터리가 미국 군사기지 등에서 사용되고 있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과거 미국에서 화웨이 및 ZTE 등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 규제를 도입하기 이전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CATL을 직접 겨냥한 무역 규제조치를 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CATL과 포드의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도 자연히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CATL은 “우리의 제품은 미국의 관련 당국에서 강도 높은 안전과 보안 관련 검증을 통과했다”는 성명을 내며 미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정치권에서 CATL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는 만큼 상황은 갈수록 CATL과 포드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포드와 리비안, 테슬라 등 미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은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의 LFP(리튬인산철) 기반 배터리 탑재 비중을 점차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공급하는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규제와 정치권의 여론 악화를 계기로 CATL 등 중국 경쟁사가 시장에 자리잡기 어려워진다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는 자연히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CATL이 ‘제2의 화웨이’와 같은 길을 걷기에는 미국시장에 너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규제가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