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과 수주에서 흡족한 성적을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에 오른 뒤 그룹 내 방산역량 통합과 같은 굵직한 임무를 완수했는데 업황 호조로 사업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연임에도 파란 불이 켜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실적에 일감 확보도 순항, 손재일 연임 '청신호'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이 실적 순항을 앞세워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확보한 수주 잔고에 더해 추가 수주 잠재력도 큰 만큼 당분간 실적 확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추가 수출하는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폴란드를 상대로 K9 자주포 672문와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수출 물량 가운데 K9 자주포 212문은 지난해 1차 실행계약을 맺었는데 이번 2차 실행계약에서는 남은 계약 물량 460문 가운데 일부인 152문을 금융계약 체결 등을 조건으로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2차 실행계약의 규모는 3조4475억 원이다. 단숨에 지난해 매출(6조5396억 원)의 절반 넘는 수준(52.7%)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이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잠재 수주 물량도 확보해 놓았다.

7월 호주 정부의 보병전투차량(IFV)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만큼 미래형 궤도장갑차 ‘레드백’ 수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의 보병전투차량 도입 사업은 호주군이 1960년대에 도입한 미국제 M113 장갑차를 교체하기 위한 사업이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2027년 하반기부터 레드백 129대가 순차 배치된다.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 역시 방산업체로서는 수요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방위산업 기반이 약한 유럽에서 방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내 군사적 긴장을 촉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래식 무기의 중요성이 재확인된 만큼 국내 방산업계가 강점을 지닌 자주포를 비롯한 전통 화력무기체계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첨단무기의 성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실전에서는 결국 지상전의 승리가 선결돼야 전쟁이 종결될 수 있다는 점이 또다시 입증됐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군의 항공 전력이 우크라이나 군 방공망에 걸려 격추되고 이에 따라 고가의 전략 무기 손실을 우려한 러시아가 전투기 투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곡사포 등 전통 화력무기체계를 통한 전선 우세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포병 전력에 대한 구조적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수주 확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라고 바라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실적에 일감 확보도 순항, 손재일 연임 '청신호'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월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 53조3276억 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자회사인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수주 잔고를 제외하더라도 47조1519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이달 들어 수주한 폴란드 2차 실행계획 물량 등이 더해지고 수주 잠재력도 많은 만큼 향후 실적 기반도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적 흐름도 좋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9815억 원, 영업이익 1043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31.1%, 영업이익은 64.5% 증가했다.

방산 업황 호조와 이에 따른 실적·수주 성과 가시화는 손재일 사장의 대표이사 연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계열사 통합 전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를 맡았던 손 사장은 2022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에 선임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겸임)과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꾸려나가고 있다. 

손 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시기는 한화그룹이 방산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그룹의 방산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계열사 재편이 이뤄지고 있었던 때다. 

이전까지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지주사 한화의 방산부문, 한화디펜스 등이 별도로 방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손 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디펜스 대표 직을 겸임하며 한화그룹 방산 3사의 통합을 마무리하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방산 역량 통합이 마무리돼 4월 3사 통합을 공식화하는 ‘뉴비전 타운홀’ 행사도 진행했다.

손 사장은 4월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자회사는 물론 그룹 내 계열사와의 협력 관계를 확대해 2030년에는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전 발표를 통해  △방산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토탈 디펜스 솔루션' △독자엔진부터 우주사업까지 확대하는 '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리더'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기반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진출하는 '뉴 모빌리티 패러다임 드라이버'라는 3개의 사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룹 차원의 과제를 완수한 데다 경영 성과에서도 합격점을 받게 된 만큼 손 사장의 대표이사 연임에도 무게가 실린 것으로 예상된다. 손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28일까지다. 

손 사장은 1965년 출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다. 최근 재계에 부는 세대교체 바람에서도 어느 정도 비껴 있는 편이라 볼 수 있다. 

손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한국화약에 입사했다. 이후 한화 화약부문 상무, 한화테크윈 방산사업본부장 전무,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를 거쳐 한화디펜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룹 내 방산분야 전문가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