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인먼트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영국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음악시장 규모가 두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대중음악 본고장인 영국에서 성공했을 때의 파급력을 고려한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글로벌 비전 본격화, 대중음악 본고장 영국에서 승부수

▲ SM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NCT127이 2019년 7월 영국 런던 웸블리SEE아레나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


21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영국 투자를 통해 SM 3.0 3단계전략인 글로벌사업 확대의 물꼬를 텄다는 시선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는 16일 영국 현지 엔터기업 M&B와 손잡고 현지 시장을 겨냥한 보이그룹을 제작하기로 했다. 당장 2024년 하반기부터 아티스트 선발과정을 담은 영상콘텐츠를 선보인다.

올해 2월 밝힌 ‘SM 3.0’ 비전의 3단계인 글로벌사업 확대 노력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SM 3.0은 2023년부터 팬과 주주중심의 글로벌 엔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사업비전이다. 그 주요 내용은 1단계 멀티제작센터 도입, 2단계 IP(지식재산) 수익화, 3단계 글로벌사업 확대, 4단계 글로벌 신사업 투자로 이뤄졌다.

2023년 한 해 동안 멀티제작센터와 IP를 수익화 성과를 실적으로 증명한 만큼 이번 영국 진출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멀티제작센터의 첫 아티스트인 '라이즈'를 배출했고 NCT, 엑소, 에스파 등 기존 아티스트 앨범과 굿즈상품 판매 호조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엔터업계의 서구권 현지 아티스트 배출 경쟁에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엔터업계는 한국 국적 가수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현지 아티스트를 키우는 것이 K팝의 다음 단계가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JYP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일본에서 2개의 현지 아티스트를 배출해 입지를 다져왔으며 미국에서도 1개 팀을 만들고 있다. 하이브 역시 올해 11월 미국에서 첫 현지 걸그룹을 결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 글로벌 비전 본격화, 대중음악 본고장 영국에서 승부수

▲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오른쪽 4번째)를 비롯한 SM엔터테인먼트와 M&B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전략적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


하지만 영국 진출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하게 된 것인데 이미 검증된 미국과 일본이 아닌 영국에서 아티스트를 제작하기로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영국 음악산업이 가진 세계 음악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세계 3위(약 7조 원 규모) 음악시장이다. 1위인 미국(약 18조)이나 2위(약 9조) 일본과 비교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미국과 유럽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다.

현재도 아델(2022년 빌보드 핫100 1위), 두아 리파(2021년 빌보드 핫100 2위), 에드 시런(2021년 빌보드 핫100 2위)과 같은 영국 아티스트들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국은 1960년대 이후 대중음악의 본고장으로 불려왔다. 음악산업의 역사가 길며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풍부한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세계 5대 음악대학인 ‘왕립음악원’을 보유해 많은 음악가 지망생들이 음악공부를 위해 영국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UK뮤직의 영국음악산업 현황(This is music 2023)를 보면 코로나19와 브렉시트 영향으로 재정문제을 겪는 기업과 전문인력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한국 엔터기업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