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분기 반도체장비 수입액 93% 급증, 미 제재 본격화 전에 미리 사들여

▲ 사진은 ASML의 반도체 제조 장비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화물기에 실리는 모습. < ASML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2023년 3분기에 수입한 반도체 제조 장비가 수입액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3%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 중국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장비를 구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세관의 통관 자료를 분석해 올해 3분기 중국으로 수입된 반도체 장비가 87억 달러(약 11조5266억 원)라고 보도했다. 

일본 금융회사 도카이 도쿄 파이낸셜 홀딩스 산하의 연구소 도카이 도쿄 리서치 소속 이시노 마사히코 애널리스트는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장비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제 수요와 상관없이 서둘러 주문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장비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꼽혔다. 
 
미국은 2022년 10월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2023년 9월부터는 특정 리소그래피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할 때 정부 당국에 허가를 받도록 통제 대상을 확대했다. 네덜란드와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대중 수출통제 기조에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3분기, 특히 9월 직전에 장비 수입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무역 통제 대상에 포함되는 리소그래피 장비는 3분기에 기존보다 4배 가까이 수입액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로저 다세는 3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ASML의 3분기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수출이 제한되는 첨단 장비가 아닌 성숙 공정에 쓰이는 장비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 기반한 ASML은 세계 최고의 리소그래피 장비 기업이다. 

닛케이아시아는 SMIC와 같은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해당 장비들을 활용해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