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11-13 15: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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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부회장이 3분기 ‘어닝쇼크(실적이 예상보다 저조)’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HBM(고대역폭)용 반도체 장비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이다. 곽동신 부회장은 올해 한미반도체 주가가 급등한 것을 감안해도 “오늘이 가장 싸다”며 보유 지분을 늘리고 있다.
▲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분을 계속 늘리며 HBM 성장에 따른 수혜를 자신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곽 부회장은 13일 주당 420원의 배당금을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 연매출 45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어 2025년에는 매출 65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밝혔다.
한미반도체의 2023년 예상 매출이 1400억 원 수준이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3배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셈이다.
곽 부회장은 “올해 8월 인천 본사 내 2만평 공장에 HBM 패키징에 필요한 설비를 구축했다”며 “200여 대의 대형 컴퓨터 수치 제어(CNC) 공작 기계 장비를 보유하는 등 가공 능력을 향상시켜 HBM 고객사 추가 수요에 대비해 'TC본더'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TC본더는 열 압착 방식으로 가공이 끝난 칩을 회로기판에 부착하는 장비로 최근 HBM의 수직 적층 패키징에 활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양산을 하고 있는 듀얼 TC본더는 초고속 듀얼 방식을 채용한 제품으로 기존 TC본더보다 HBM 생산량을 두 배 늘릴 수 있다.
곽 부회장이 자신감은 HBM용 듀얼 TC본더 기술력에서 나온다. 기존에는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이 TC본더를 100%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한미반도체가 2017년 처음으로 국산화에 성공해 SK하이닉스에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한 달 새 SK하이닉스로부터 약 1천억 원어치의 TC본더 수주를 받았으며 향후 추가 수주나 신규고객사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곽 부회장은 2024년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매출이 올해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바라봤다.
변운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매출 성장은 2024년부터 지속될 것”이라며 “한미반도체는 올해 8월 5개 공장 가운데 3공장을 활용해 본더팩토리를 구축해 늘어나는 수요를 대비해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신규고객사를 확보한다면 빠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한미반도체 TC본더 1.0 제품.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는 국내 반도체장비 국산화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모토로라 엔지니어 출신의 곽노권 한미반도체 회장이 1980년 설립한 한미금영(옛 한미반도체)은 전부 해외에 의존하던 EMI(전자파 차폐설비), 레이저장비 등 다양한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며 성공가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곽 회장의 아들인 곽동신 부회장이 2007년 한미반도체 대표에 오르며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뒤에도 TC본더 장비, MSVP(마이크로쏘 & 비전 플레이스먼트) 장비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곽동신 부회장은 현재 한미반도체 지분 36.8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올해 9월에만 곽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매입한 한미반도체 주식이 약 140억 원어치에 이르는 등 경영권과 상관없이 지속해서 지분을 늘리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일시적 실적 부진에도 곽 회장이 자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은 미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읽힌다. 한미반도체의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보다 91% 감소했다.
곽 부회장은 9월1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HBM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미국 월가에서는 한미반도체 목표가를 지금의 2배로 제시하며 오늘이 가장 싸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도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HBM용 TC본더를 독점공급하는 만큼 2024년 매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반도체 주가가 너무 급격하게 상승한 만큼 추가적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해 들어 400% 넘게 상승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5.5배 수준으로 이미 해외 톱티어 경쟁사들(BE세미컨덕터, 디스코)의 PER 26.2배, 31.6배보다 고평가 돼 있다”며 “여기에 경기선행지표들의 하락 전환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배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