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최태원 "국가투자지주사 설립해야", 한은 이창용 "유가 가장 걱정"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에서 3번째)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BOK-KCCI 세미나’에서 다른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고위험·고성장 첨단기술 분야에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은행이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제2회 BOK-KCCI 세미나’ 개회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민간 부문 투자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정부 부문도 중요하다”며 “고위험·고성장 첨단기술 분야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인내 자본 형성을 위해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 민간이 투자가 안 되는 부분을 국가지주회사가 투자하고 공장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리버스-BTL’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리버스 BTL이란 정부가 공장을 만들어 소유권을 기업에게 양도하고 운영권을 기업에게 대여하되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는 구조를 뜻한다.

최 회장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중 갈등 외에도 두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에너지나 다른 공급망 관련 문제들을 파생시기고 있고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 있었던 세계 시장 형태, 세계의 하나의 시장이 다 쪼개지는 상이 됐다”며 “특히 한국이 크게 수출 시장으로 의존하고 있던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일으키니 수출에 지장이 크다”고 걱정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까지는 전 세계 시장에 통용되는 제품을 대량으로 싸게 잘 만들면 수출이 잘 돼 왔다”며 “그 대표적인 게 자동차, 반도체 등 제품이었는데 실제로 이제는 조금 더 각도로 시장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각 나라에 맞춘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작은 나라에 가서 보다 보면 그 나라의 특수 사정이 존재한다”며 “이 특수 사정에 맞춤 형태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똑같은 제품을 놓고 팔겠다고 생각하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는 그 나라에 맞춘 솔루션 어프로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그래서 과거에 팔던 단품 형태의 저희가 잘 만들었던 것을 커머디티성의 상품을 이제는 결합시키거나 패키지로 바꿔서 솔루션 어프로치를 해야 이 작은 시장을 잠식해서 끌고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기업, 정부, 학계에서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창용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 상황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입장에선 당연히 유가가 가장 걱정”이라며 “유가가 90달러 이상만 올라가도 저희 예측이 변해야 되는 것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유가가 그동안 우리 생각대로 조금 안정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다가 8~9월 들어 많이 변동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