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서울시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주변 지자체들을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김포시를 비롯해 광명시, 하남시, 구리시, 과천시 등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 내년 총선에서 지역 표심을 공략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국민의힘 '서울 메가시티' 당론 추진, 총선 수도권 판세 흔들 승부수 될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월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진행한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 당론 추진이 총선 전략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으면서도 지역의 요구에 따라 다른 곳도 편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지역민들의 숙원을 당이 선제적으로 챙기겠다는 의미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입장에서 지역민의 요구를 응답하는 것이 의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포함한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진행한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경기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될 수 있도록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김포시가 아니더라도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는 도시라면 서울시로 편입할 수 있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서울 메갈로폴리스’ 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의 ‘서울 메가시티’ 구상에 서울과 인접한 위성도시들의 민심은 들썩이고 있다. 서울 편입은 단순히 출퇴근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교육, 세금 등 주민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론화나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아직은 찬반 의견이 대립하며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모양새다.

편입 논의 최전선에 놓인 김포시는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현실화해 경기분도가 이뤄진다면 경기북도가 아니라 차라리 서울로 편입되겠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북한 접경지역으로 개발 제한이 많아 재정자립도가 낮은 경기북도에 편입될 바에야 서울에 편입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서울 메가시티' 당론 추진, 총선 수도권 판세 흔들 승부수 될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다음 주에 만나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관련한 제반 사항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 “서울시가 아니라 김포 쪽에서 먼저 논의를 제기한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포시 편입이 현실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 대목이다.

집권 여당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다른 경기도 지자체에서도 서울 편입 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전부터 서울의 지역번호 ‘02’를 사용해온 데다가 오래 전부터 서울 편입 소문이 돌던 광명시와 과천시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서울과 생활권을 공유하면서도 인구가 50만 명 이내인 구리시, 하남시 등이 후보로 꼽힌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0일 “김포는 이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특수성을 담아서 얘기하니 수긍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인접 지자체 가운데 김포시가 출근 통행량이 가장 많은 도시는 아니다. 생활권을 근거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서울 편입 요구가 나오기에 충분하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교통정보센터에서 공개하고 있는 ‘통행발생·도착량 상세분석정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출근시간 서울 방향으로의 통행량이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로 13만3371건이었다. 김포시는 3만9057건으로 광명시 6만5898건, 하남시 5만618건보다 적었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서울 이외 지역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비율은 경기 과천시(38%), 하남시(38%), 광명시(36%) 등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서 그 비율이 특히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기도 지자체의 편입을 통해 서울 메가시티가 구축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모든 생활이 다 온라인화되고 자동화되기 때문에 도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시대적 상황이 된 것”이라며 “민주당의 오래된 당론이 메가시티 활성화”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서울 메가시티’ 구상에 허를 찔려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관련해 “굉장히 뜬금없는 발표”라면서도 “행정구역 개편은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편입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자체를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지역구 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발표할 입장이 없고 대응 계획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기도는 소속 지자체의 서울시 편입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인터뷰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 “아직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현실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