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조치 예고와 관련해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현재 배터리 공급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아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도원빈 연구원은 30일 ‘중국 흑연 수출통제의 영향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와 같은 국가경쟁력 핵심산업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현재 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제3국으로 수입선 전환, 실리콘 음극재 개발, 자급률 향상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중국 흑연 수출 통제 놓고 “공급망 특정국가 의존도 개선해야”

▲ 산업통상자원부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배터리산업협회 및 국내 주요 배터리 생산기업, 소부장 공급망센터의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앞서 중국 상무부는 12월부터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조흑연과 관련 제품, 천연흑연과 관련 제품 등 9개 품목이 수출통제 대상에 들어간다. 

한국의 올해 1~9월 기준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천연흑연이 97.7%, 인조흑연이 94.3%로 사실상 전량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통제 시행 전까지 최대한 흑연 재고를 확보하고 중국 외 다른 흑연 생산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 연구원은 “중국 수출통제가 적용되는 12월1일 이전 11월까지 최대한 물량을 확보해 비축해둠으로써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천연흑연은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브라질 등 다른 생산국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공급선을 발굴하고 인조흑연은 일본을 대체 수입국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적으로는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국내 기업들이 흑연 수출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앞서 중국은 2006년 9월에도 흑연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통제 시행 직후 2개월 동안 흑연 수출이 일시적으로 급락했지만 이후 기존 수준으로 돌아갔다. 

도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대중국 흑연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중국 수출통제 시행 시 일시적으로는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과거 사례로 보면 3개월가량 지난 시점부터 수출 재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출 허가가 지연·반려될 우려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흑연 매장량이 풍부한 튀르키예, 브라질 등 제 3국에서 천연흑연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국내 인조흑연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자급률을 높이고 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을 통해 흑연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도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이 2021년 음극재 공장을 준공하며 인조흑연과 관련한 국내 기반의 공급망을 구축했지만 현재 연산 8천 톤 규모는 국내 배터리 수요의 21%에 불과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2024년 하반기 2단계 공장 준공으로 생산 규모가 연산 1만8천 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추가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실리콘 음극재와 관련해서는 “2022년 기준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 가운데 73%는 흑연만을 사용하고 실리콘을 포함한 음극재 비중은 27%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량·친환경적 특성을 지닌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하는 추세로 전환되며 2035년에는 흑연 음극재 비중은 53%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