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VS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계 거장 한국 맞대결 승자는

▲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왼쪽)와 애니메이션 영화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맞붙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애니메이션 영화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누가 더 위대한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감독이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맞붙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플라워킬링문’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29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흥행만을 놓고 본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좀 더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흥행 성적만으로 두 거장의 맞대결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마틴 스코세이지 모두 영화계에서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인물들이어서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제목은 들어봤다’고 할 만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대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이 모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영화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만화계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VS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계 거장 한국 맞대결 승자는

▲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벼랑 위의 포뇨’ 개봉 당시 포스터. 한국판 포스터의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그린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런 이벤트를 다른 나라에는 해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팬층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도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높다.

25일 개봉한 이 애니메이션은 화재로 엄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가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으로 들어가며 펼쳐지는 내용을 담았다.

이 작품에는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 가운데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51억 엔(460억 원) 이상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일본에서 개봉 첫 주 수익 15억6천만 엔을 거둬들이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역대 지브리 애니메이션 오프닝 2위 성적을 기록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또한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역사상 최고의 감독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할리우드의 자본주의 성향을 이겨내고 본인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봉준호 감독은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했다. 이를 계기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욱 유명해졌다.

봉준호 감독은 “어렸을 때 영화를 공부하면서 항상 가슴에 새겼던 것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다”며 “그 말은 하신 분은 우리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다”라고 수상소감에서 밝혔다.
 
미야자키 하야오 VS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계 거장 한국 맞대결 승자는

▲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 abc > 


영화 ‘아이리시맨’으로 감독상 후보에 오르며 시상식에 참석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사람들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아이리시맨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영화가 플라워킬링문이다.

19일 개봉한 플라워킬링문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를 배경으로 석유 시추와 관련된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해당한 사건과 이를 수사하는 FBI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데이비드그랜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했다.

주연 배우들도 화려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어니스트 버크하트역, 로버트 드 니로가 어니스트 버크하트의 삼촌 윌리엄 킹 헤일역을 맡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힌다.

페르소나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 벗었다 하는 가면을 말한다. 영화계에서는 감독이 자신의 분신 또는 상징처럼 애정하는 배우를 의미한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인 두 배우가 스코세이지의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라워킬링문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지만 3시간26분이나 되는 상영 시간이 변수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 4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영화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파업이 진행 중이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가 아무런 홍보 활동도 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일본에서 올해 7월 개봉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월25일 개봉하면서 두 거장의 영화를 같은 기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마틴 스코세이지. 우리나라 관객들은 두 감독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