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문어발 경영과 허술한 리스크 관리에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무리한 확장으로 카카오뱅크가 강제 매각당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 2018년 65개 계열사, 2023년 8월 144개로 문어발 확장
24일 IT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카카오가 금융, 모빌리티, 의료 등 여러 규제산업 등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기존 광고 사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히게 되자 기술기업의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시도했다.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지금 그 선택이 카카오의 리스크가 돼 돌아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계열사 수를 무리하게 늘렸고 이 가운데는 금융, 모빌리티, 의료 등 규제장벽이 촘촘히 세워진 분야들이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들을 잔뜩 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는 2022년 계열사의 폭발적 증가가 문어발 경영과 골목상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개선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2년 4월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던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말까지 계열사를 100개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는 2018년 12월 65개, 2021년 12월 105개, 2023년 8월 144개로 늘었다.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개선책이 먹히지 않는 이유로 김범수 센터장의 회전문 인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중요하게 여긴다. 당연히 그룹 컨트롤타워의 영향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회전문 인사가 내부통제 시스템 먹통 만들어
카카오는 2022년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키키오 공동체센터는 김성수 부회장(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와 홍은택 부회장(현 카카오 대표이사)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 리더들이 본사 권한을 강화하고 계열사 내부통제에 나서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렇게 마련한 내부통제시스템은 이른바 '김범수 사단'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센터장이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을 과거 한게임 시절 인맥들로 채워둬 여전히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한 명이 물러나더라도 다른 인맥이 그 자리를 채우는 회전문 인사가 내부통제시스템 작동을 막았다는 것이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류 전 대표는 삼성SDS 출신으로 2021년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주식을 매각해 지탄 받았다.
그 여파로 류 전 대표는 사임하고 카카오 대표 내정자에서도 물러났지만, 카카오페이 고문으로 돌아오면서 ‘회전문 인사’ 논란이 일었다.
▲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인물은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 발생 후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올해 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 고문으로 복귀했다.
게다가 남궁훈 전 대표는 주가가 15만 원까지 오를 때까지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94억 원 이상의 거액을 챙겨 회사를 떠났다.
김 센터장이 자신을 대체할 중심축으로 자기 인맥을 남겨 놓은 것이 패착으로 작용한 셈이다. 아무리 엄격한 내부통제시스템이 있어도 창업자의 인맥이라면 예외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 노조도 이와 같은 회전문 인사를 꼬집는다. 7월 카카오 노조 가두시위에서 카카오 노조원들은 카카오를 되살리기 위해 김 센터장이 나서야 한다는 책임론을 폈다.
이 자리에서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가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고 회사의 실적과 경영진의 보상이 반대로 가고 있다"며 "이것은 무책임 경영의 실상이다"라고 말했다.
◆ CA협의체에 쏠리는 눈
금융당국은 김범수 센터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와 관련해 '법인 처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시세조종 혐의로 인한 처벌이 카카오 법인으로까지 이어지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을 고려해 '법인 처벌 여부'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 뿐만 아니라 카카오 법인에도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직접 책임을 물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문제가 커지면서 카카오 CA협의체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 주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0월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는 2023년 CA협의체에 외부출신 인사를 불러들여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했다. 경영지원·사업·위기관리 등 부문별 총괄 인력을 보강했다.
CA협의체는 카카오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컨센서스를 이루고 고민하는 조직이다. 주제별 논의의 적임자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경영지원총괄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사업총괄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위기관리총괄은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이 맡고 있다.
CA협의체를 운영하는 김정호 이사장은 벤처 1세대의 주역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 센터장과 삼성SDS에서 직장생활을 함께 한 인물이다. 하지만 김정호 이사장도 김 센터장의 회전문 인사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김정호 이사장은 네이버 공동창업자 중 한 명으로 이미 NHN한게임 대표, NHN 차이나 대표 등을 역임할 만큼 IT 업계의 대부로 불리지만, 신사업 현안이 가득한 카카오를 이끌기에는 젊은 감각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조직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내느냐가 관건인데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구속에 이어 금융당국이 김범수 창업자까지 정조준하고 있어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비지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자사 변호인단의 입장만 내놓으며 말을 아꼈다.
카카오측 변호인은 "(배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것은 유감이다"라며 “혐의 사실 관련해서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