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동산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가계대출 증가에 주범으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 공급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를 넘어 아파트값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대출규제 강화로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하나, 지표는 이미 소강상태

▲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서울 지역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22일 부동산업계 안팎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규제 및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란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9월 둘째 주(9월11일 기준) 지난주보다 0.13% 오른 뒤 상승폭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9월 셋째 주 0.12%, 9월 넷째 주 0.10%, 10월 첫째 주 0.10%, 10월 둘째 주 0.07%로 집계됐다.

10월 셋째 주에는 0.09%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지만 거래 희망가격 격차 등의 이유로 계약성사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심리도 둔화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월 셋째주부터 4주 연속 하락했다. 10월 셋째주(16일 기준) 0.3포인트 소폭 반등했으나 권역별로 나눠보면 서북권·도심권 등은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파트 경매시장도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경매물건은 늘고 낙찰률은 떨어졌다. 경매물건 216건 가운데 68건만 낙찰되면서 낙찰률(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이 31.5%로 전월(34.2%)보다 낮아졌고

청약시장의 온도 변화도 감지된다.

청약 완판을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무순위, 선착순 분양이 나오며 분위기가 냉각됐다.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 16일 미계약분 72세대 무순위 청약에 나섰고 14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자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뒤 15일부터 선착순 분양을 진행했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후분양 단지로 6개월 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컸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 청약시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기 트리우스 광명은 17일 1순위 모집에서 4.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5개 면적은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아파트 매매 관련 지표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라 아파트값 상승 추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많아진다.

우선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공급이 축소될 공산이 크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해 운영하는 한시적 정책대출이다. 

정부는 1월 40조 원을 출자해 특례보금자리론을 만들었다. 무주택자와 일시적 2주택자를 대상으로 9억 원 이하 주택을 두고 소득에 상관없이 4% 초반 고정금리로 최대 5억 원을 빌려줬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누적 신청액은 40조5천억 원으로 집계돼 한도가 소진됐다. 지난 9월27일 일반형과 일시적 2주택자 신청접수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9월에만 5조1천억 원의 대출신청이 몰렸다. 

주택금융공사의 자금부담과 한도 소진으로 서민·실수요층에만 공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출요건이 더욱 까다로워 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출 축소가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전인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천 건 수준이었지만 출시 이후 3천 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례보금자리론뿐 아니라 가계대출 증가세에 주된 이유로 꼽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요건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어 주택시장 유동성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 KB국민은행이 만 34세 이하에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 억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미 정부는 지난 9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줄여 대출한도를 줄였다.

연 소득이 6500만 원인 차주가 기존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받을 수 있던 한도는 5억1600만 원이지만 만기를 40년으로 조정하면 한도는 4억8100만 원이 돼 대출가능액수가 3500만 원(7%) 줄어들게 된다.

이밖에 금융위원회는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소득 5천만 원의 차주가 금리 4.5%로 대출을 받을 경우(DSR 40%, 50년 만기) 대출한도가 4억 원인데 가산금리 1%포인트를 적용하면 3억4천만 원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의 규제우회 방지 및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지난 9월13일 발표했다. 
 
정부 대출규제 강화로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하나, 지표는 이미 소강상태

▲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모습. <연합뉴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 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의 올해 2분기 말 현재 평균 DSR은 67.1%로 파악됐다.

이는 2023년 4분기(67.4%)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수준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런 수치들이 정부가 대출규제 강화에 나서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아파트 매수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금리도 아파트값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이미 7% 상단에 위치한 상황에서 더욱 오를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은행자금조달비용지수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에 반영하는 코픽스(COFIX)가 지난 16일 신규취급액 기준 3.66%에서 3.82%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4분기 들어 금리 상승, 대출 속도조절, 역전세난 등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은 둔화할 것이다"며 "상승 기대심리가 있어 집값이 곧바로 약세로 가진 않겠지만 거래 부진이 지속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이후에는 하락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